오피니언 사내칼럼

[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까도 까도 나오는 대우조선해양 비리...DNA가 문제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경영 부실 은폐 의혹 등이 제기된 대우조선해양 본사 압수수색을 마친 뒤 자료를 싣고 있다. /연합뉴스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경영 부실 은폐 의혹 등이 제기된 대우조선해양 본사 압수수색을 마친 뒤 자료를 싣고 있다. /연합뉴스




생물학자들에 의하면 머지 않아 우리의 유전자를 편집해 난치병을 치료할 수도 있는 세상이 온다고 한다. 외모 수정도 가능할 지 모른단다. 좋은 인상을 물려주고 싶은 부모들은 자녀에게 성형수술을 시켜주는 게 아니라 애초에 유전자를 수술시키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참 편한 세상이다. 뿌리인 DNA 자체를 편집하면 된다는 것이니까.

그런데 정말 유전자 편집이 절실한 분야가 있다. 한때 한국을 좌지우지하는 기간산업 중 하나였던 조선해양산업 이야기다. 대우조선해양은 까면 깔수록 새로운 이슈가 터지는 양파 같은 회사다. 사업의 본질과 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을 이사로 앉혀 문제가 되더니, 이제는 10조 원짜리 분식회계 스캔들이 터져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회사가 나아지려면 어떤 대책들이 필요할까. 책임 있는 사람들을 엄히 추궁하고, 문제가 되는 조직 운영 방식을 고치는 게 급선무다. 조선 경기가 나빠지면서 대우조선해양과 주요 기업들이 어려워졌다고 하지만 결국 해결의 핵심은 자구책이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반성이 없이는 변화가 힘들다는 건 자명한 사실 아닌가.


이 기업들을 살리겠다고 나선 정부의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며칠 전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현 AIIB 부총재)은 모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선 산업 구조조정과 관련된 산은의 자금 투여가 사실상 밀실에서 결정됐다고 고백했다. 우리나라의 경제·재정 관련해서 최고위 비공식 의사결정기구로 손꼽히는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산업은행이 부담을 지도록 강요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회의 분위기를 주도한 주요 참석자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현 새누리당 의원), 안종범 전 경제수석(현 정책조정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이라고 털어놨다. 대우조선 관치의 실상을 밝히라는 여론이 들끓는 데에는 ‘회의가 열린 장소’도 한 몫 한다. 왜 하필 청와대인가. 어쩌면 최 전 부총리를 비롯한 몇몇은 산업은행의 역할분담이 사실상 최고 의사 결정자 차원의 윤허가 있었던 사항임을 피력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서별관 회의가 문제라는 점은 과거 여러 정권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법적 구속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각 정권의 핵심인사들이 서별관 회의를 선호한다는 것은 권력에 의해 경제 정책을 결정하는 ‘그 맛’을 잊어버릴 수 없기 때문 아닌가 싶다. 상황이 그러했다면 홍 전 산은 회장 역시 억울한 구석이 있을 법하다. 도장을 찍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놓고는 문제가 생기니 혼자 모든 짐을 지고 가야만 하는 이 상황에 대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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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방편으로 땜질만 해왔던 셈이니 조선업 부실 문제는 썩을대로 썩어서 곪아 터진 게 당연하다. 월급만 받아간 수많은 관피아와 산피아 출신 사외이사들은 자신들이 소속된 회사가 점점 쇠약해져 가도 제대로 된 경고 사인을 보낼 줄 몰랐다. 다가오는 위기를 수수방관했을 뿐이다.

공무원들은 수백 억의 예산을 기획하고 집행하면서 큰 그림은 계속 그려왔을지 몰라도, 2년 마다 계속해서 직무를 옮겨 다니는 이들이 특정 산업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이처럼 한계가 많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중요한 자리를 맡기는 관행과 풍토는 진짜 실력보다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한국 특유의 정서 때문일 것이다. 아, 이런 우리 경제의 DNA는 어떻게 하면 편집할 수 있을까. 요즘 말로 ‘노답’이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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