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대기업 기준 상향] "대기업 족쇄 풀려 환영…일감몰아주기 규제 유지는 아쉬워"

재계반응

계열사 선제적 구조조정에도 긍정적 영향 기대

중기 "골목상권 침해 우려…현행 유지를" 반론도



공정거래위원회가 9일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기존 계열사 자산 총액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한 것과 관련해 재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번 규제 완화의 수혜를 입게 된 그룹들은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환영한다”는 뜻을 밝힌 반면 중소·중견기업들은 “일부 대기업 계열사들이 규제에 묶여 참여할 수 없었던 중소기업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기업 “아쉽지만 환영”=이번 지정기준 완화에 따라 대기업집단이라는 ‘주홍글씨’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기업은 코오롱·동부·태광·카카오·금호석유화학 등 총 37곳에 이른다.

이 그룹에 속한 계열사들은 그동안 대기업집단 규제를 적용 받아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혜택에서 손해를 보거나 정부의 공공발주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에 제한을 받는 등 사업 전반에 걸쳐 손발이 묶여왔다. 대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이 받는 법적 규제는 각종 세법 등을 통틀어 총 38개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가 대기업집단 족쇄를 느슨하게 풀면서 향후 사업 및 투자 확대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는 계열사 간 채무보증도 가능해지고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도 받아올 수 있어 유동성에 여유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동부그룹의 한 관계자는 “그룹 내 정보기술(IT) 계열사들이 정부 사업 참여에 제한을 받아왔는데 앞으로 입찰이 가능할 것 같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각 그룹들이 벌이고 있는 선제적 구조조정에도 이번 규제 완화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가 구조조정을 위해 합병을 단행했을 때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발생하면 이를 6개월 내 해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이 구조조정의 장애물이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SDI 지분이 문제가 됐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날 대기업집단에서 빠져나온 한 그룹의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기업집단 규제의 핵심으로 꼽혔던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내부거래 규제)와 공시의무 규제가 현행 5조원으로 유지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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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총수 일가에게 일감을 몰아줘 부당한 이익을 내게 하는 거래는 금지하는 게 맞지만 현재는 정당한 가격을 매긴 거래조차도 내부거래라는 꼬리표를 달아 기업 경영 활동을 옥죄는 경우가 많다”며 “공시의무 또한 정상적 경영이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번거로운 경우가 많은 만큼 글로벌 기준에 맞춰 차차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역시 “대기업 지정 기준을 상향하고 3년마다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진일보한 조치”라면서도 “일부 규제를 현행 5조원으로 유지하기로 한 것과 대기업집단 지정대상에서 공기업집단만을 제외하기로 한 것은 규제 완화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현행 기준 유지해야”=중소기업계는 정부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자산총액 10조원으로 일괄 상향 조정한 것에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9일 논평을 통해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자산총액 10조원으로 일괄 상향 조정하는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현행 5조원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의 본질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억제와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행위 규제를 통해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며 “하지만 이번 기준 상향으로 65개 대기업집단 중 618개 계열사가 상호출자·순환출자 등의 규제에서 풀려 경제력 집중 심화와 중소기업·소상공인 골목상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는 “특히 카카오·하림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택시·대리운전·계란유통업 등 골목상권 위주로 진출함에 따라 중소상인들과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으며 스타트업 생태계 파괴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계는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이 아닌 투자확대, 신사업 진출, 해외진출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한 예외적 규제완화는 인정한다”면서 “이번 조치에 대해서는 산업·업종·자산규모별 면밀한 분석과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정명·서일범·강도원기자 vicsjm@sedaily.com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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