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은 괘종시계와 같습니다. 제가 (유엔에) 어떤 정치적 재산을 남겼는가는 미래 역사학자들과 세계의 평가에 맡겨두겠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홍콩 봉황(鳳凰)위성TV에 출연해 이 같이 말했다.
봉황TV는 지난 3월 14일부터 반 총장의 출근부터 퇴근까지 하루 전체를 밀착 취재하면서 중간 중간 인터뷰를 곁들이는 형식으로 60분 분량의 인물 조명 프로그램을 제작해 지난 4일과 10일 두 차례 방영했다.
반 총장은 이 자리에서 “나는 10년 가까이 매우 노력했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유엔 헌장의 목표·이념·원칙을 실천했다. 세계 평화·안전·발전·인권 존중을 위해 일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시리아·리비아·남수단, 그리고 한반도 위기 상황 등을 거론하며 “불행하게도 우리는 여전히 많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나는 계속해서 가능한 한 나의 업무를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 총장은 자신의 임기 중 유엔의 가장 큰 성과로 작년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와 파리 기후변화 협약 체결을 꼽았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삶을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가는 괘종시계”에 비유하면서, “(퇴근 뒤) 집에서 일하는 것까지 합치면 일반적으로 자정까지 업무가 이어진다. 다음날 일정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반 총장을 ‘워커홀릭’에 비유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그는 지난 9년간 모든 시간을 업무에 바쳤다. 극히 진지한 태도로 업무에 임했다”고, 크리스티나 가약 유엔 공보담당 사무차장은 “매우 조용한 사람이지만 디테일, 효율, 성과를 아주 중시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뉴욕티임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 중에는 유엔 사무총장의 ‘권한의 한계’가 드러나는 일이 많았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예멘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국제동맹군’을 유엔이 아동 인권 침해 사례에서 뺀 것이 사우디의 압력 때문이었다는 내용 등을 전하면서 “역대 유엔 사무총장은 회원국들의 크고 작은 정치적 압력에 자주 직면했는데, 반 총장 임기 때는 ‘불편한 타협’이 많았던 기간이었다”고 분석했다.
또 ‘위험 회피형’인 반 총장이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자꾸 물러서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유엔 특사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어린이 인권침해국 명단에 올릴 것을 권고했지만, 반발하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강한 로비로 결국 양국 모두 명단에서 빠진 사례도 전했다.
신문은 반 총장을 이을 신임 사무총장의 덕목으로 독립성, 용기가 거론되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