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뮤지컬 ‘해밀턴’



지난해 6월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10달러 지폐 속 인물을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화폐에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은 오늘날 여성의 역할과 사회적 기여도 등에 걸맞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이 계획은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20달러 지폐 속 인물을 바꾸는 것으로 변경된다.

자칫 사라질 뻔한 10달러 초상화의 주인공은 미국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 미국 지폐에서 역대 대통령이 아닌 인물은 그와 100달러 지폐의 주인공 벤저민 프랭클린 단 2명뿐이다. 해밀턴이 교체 인물로 선정된 것도 격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 그가 어떻게 20달러 지폐의 주인공 앤드루 잭슨(미 7대 대통령)을 밀어내고 살아남았을까. 공교롭게도 지난해 8월 첫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해밀턴’이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 많다. 뮤지컬이 인기를 끌면서 그를 미국 지폐에 그대로 남겨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 자체였다. 중남미 카리브해의 작은 섬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그가 수많은 조롱을 견뎌내며 미국 금융·경제 제도의 초석을 세워 건국의 아버지로 우뚝 서기까지의 과정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죽음도 극적이었다. 토머스 제퍼슨에게 3대 대통령 선거에서 진 정치인 에런 버가 제퍼슨을 도운 해밀턴에게 신청한 권총 결투에서 48세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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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해밀턴’의 티켓 가격이 최고 849달러(98만4,000원)까지 올랐다고 한다. 그것도 내년 2~5월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이다. 기존보다 80%나 오른 것이다. 그런데도 저소득층의 관람 기회는 오히려 늘어났다. ‘10달러’에 살 수 있는 티켓이 회당 21장에서 46장으로 늘었고 공립학교 학생 2만명이 10달러에 관람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부자에게 비싸게 파는 대신 저소득층 혜택을 늘렸기 때문이다. 10달러 지폐의 주인공이 저소득층 관람객에게 주는 선물인 듯싶다. /이용택 논설위원



이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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