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 경기도 A신도시 민간아파트에 청약했다가 떨어진 김모씨는 며칠 후 부동산업자의 연락을 받았다. 미계약분인 ‘원장(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분양권)’이 있는데 프리미엄 2,000만원을 지불하면 넘기겠다는 것. 이 업자는 미계약분이라 공공택지전매제한 기간(1년)도 적용되지 않는 ‘합법’적인 물건이라며 매입을 권유했다. 김씨는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김씨는 이 시기에 그 외의 여러 사람도 업자의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청약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이 같은 편법·탈법 분양권 거래가 성행하는 배경에는 허술한 청약제도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은 떴다방 등 일부 투기세력이 허위로 청약가점을 기재해도 이를 사전에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 이러다 보니 ‘가짜 가점’으로 당첨된 물량이 시중에 원장 형태로 나올 수 있다.
13일 금융결제원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청약가점이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아파트의 경우 인터넷 접수 때 개인이 무주택 기간 등을 입력한다. 문제는 가점을 높게 받기 위해 허위로 입력해도 아파트 당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계약체결 과정에서나 허위입력 여부 등을 대조하기 때문이다. 떴다방 등 일부 업자들이 통장을 사들여 고의로 가점을 높게 쓴 후 부적격으로 인한 미계약분을 만들어 물량을 빼내는 것이 가능한 구조다.
또 다른 문제는 당첨 후 계약체결 과정에서 가점 허위입력 여부 체크와 이후 부적격자 물건 및 계약포기 물건의 예비당첨자 추가 추첨을 분양사무소(건설사)가 전적으로 담당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점을 허위로 작성해 당첨된 사람도 사업자가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계약을 허용할 소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체결 이전에 가점 허위입력 여부를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며 “아울러 허위입력 여부 등을 계약단계에서 건설사가 전적으로 담당하다 보니 이 같은 편법·불법 거래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이 같은 편법·탈법 행위가 올해 초부터 특히 극심해졌다”며 “내년 1월1일부터 청약가점제 운영이 지자체 재량으로 바뀌기 때문에 그전에 허술한 청약제도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