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기업

[공공기관 2차 기능조정]전력 판매 민간 개방…‘휴대폰+케이블+전기료’ 복합상품 나온다

한전 55년간 독점하던 소매 판매 개방

정부, 일본식 전력 자유화 개혁 단행

통신사업자 등이 복합상품 판매 가능

전기료 인상 우려·송배전망 이용문제 남아



정부가 한국전력(015760)이 사실상 50년 넘게 독점하던 전력 판매시장을 단계적으로 민간에 개방한다. 시장이 개방되면 통신과 케이블 사업자가 뛰어들어 전기료와 휴대전화요금, 케이블TV 등을 결합한 복합상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유일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2016년 공공기관 워크숍’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기능 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방안에서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사업자도 전력 소매판매를 할 수 있는 길을 텄다. 전력 판매에서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경쟁을 유도해 다양한 에너지 신산업을 창출하기 위한 취지다.

현재 우리의 전력 판매 구조는 각 발전회사가 화력·액화천연가스(LNG)·원자력·태양광·풍력 등의 발전원으로 만든 전력을 전력거래소를 통해 한전이 구입해 주택용과 일반용, 산업용 등 용도에 맞춰 판매하는 형식이다. 전기사업법에는 구역전기사업자(중·소 택지지구에 전기공급)도 전력거래소에서 전력을 구입해 판매할 수 있게 되어있다. 하지만 민간 사업자가 전력을 구입해도 송·배전망 등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한전이 전력을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구조다. 에너지신산업 분야 사업자들이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이용해 생산한 전력도 현재는 한전을 통해서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단계적으로 규제를 풀기로 하면서 한전이 지난 55년간 사실상 독점하던 전력 판매부문은 민간과의 경쟁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지난 1961년 7월 1일 전국의 전기회사 3사(조선전업·남선전기·경성전기)가 통합돼 한국전력이 탄생한 후 55년 만에 전력 판매시장이 민간에 개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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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전력자유화’는 올해 4월 일본이 먼저 단행했다. 일본은 지난 4월 한전과 유사한 도쿄전력, 간사이전력 등 10여 개의 일반전기사업자만 판매할 수 있었던 전력을 소매전기사업자로 등록한 업체도 판매할 수 있게 전력 소매시장 진입을 전면 자유화했다. 이후 일본 최대 케이블TV 사업자인 JCOM과 휴대폰 사업자인 소프트뱅크 등이 휴대폰과 케이블TV, 전기료를 결합해 전체 요금을 낮추는 복합상품을 내놓는 등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후쿠오카현 미야마시는 에너지회사에 대한 출자를 통해 규슈전력이 부과하는 전기료보다 낮게 전력을 공급하는 계획을 세우는 등 지자체와 민간사업자의 협업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 사업자들은 대부분 도쿄전력 등 전기요금 자체를 낮추기보다는 복합상품(휴대전화요금+케이블)에서 요금을 할인하는 방식으로 고객유치 경쟁을 하고 있다. 일본 모델에 따라 우리 전력시장이 개방되면 통신과 케이블 사업자 등이 뛰어들어 복합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번 대책으로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점이다. 일본의 전력자유화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전 등이 가동이 중단되며 전기요금이 급격히 인상된 영향이 컸다. 2015년 일본 에너지백서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가정용 전기요금은 25%, 산업용은 40%가량 상승했다. 이 때문에 전기 판매를 민간에 개방하고 경쟁을 유도해 전기료를 낮추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반면 6단계의 전기요금 누진제가 적용된 우리나라는 다르다. 현행 누진제는 전기사용량이 적은(1~3구간) 저소득층은 원가 이하의 전력을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되어있고 사용량이 많은 구간(5~6구간)은 요금을 많이 내는 구조다. 산업용 전기 역시 원가보다 싸게 공급하는 실정이다. 한전이 원가 이하의 전력을 판매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민간 전력판매업자가 들어와도 직접 경쟁은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민간사업자가 들어오기 위해서는 누진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체계 개편은 산업용과 저소득층 전기요금 인상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전력을 공급할 송·배전망도 문제다. 송·배전망은 현재 한전이 독점하고 있다. 민간 사업자가 전력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한전에 돈을 내고 송·배전망을 이용해야 한다. 원가 이하의 전력을 판매하는 데다 송·배전망까지 갖춘 한전과 민간사업자가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체제다.

일본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에서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송·배전망을 전력회사에서 분리할 계획이다. 우리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지난 4월 입법예고 한 상황이다. 법 개정 사항이라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시장 초기 단계에서는 민간사업자가 기존 발전원보다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결합한 복합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할 것”이라며 “하반기 중에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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