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시각] 제때 제대로 배워야 하는 것들

정영현 금융부 차장





지난달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민방위 훈련이 실시됐다. 훈련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교사의 지시에 따라 학교 건물 바깥으로 재빨리 대피했다. 그런데 이날 학교에서는 한 아이가 훈련에서 배제된 채 교실에 홀로 남겨졌다. 가상 훈련이었지만 긴장감이 흐르는 순간이었을 텐데 말이다. 고독의 시간 동안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홀로 휠체어에 앉은 채 말이다.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모른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 역시 모르는 것이 참 많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커버린 탓이다. 민방위 훈련 시간에 장애 학생을 방치한 교사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른으로 성장하는 동안 해당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것이 교육 부재의 소치다.


교육의 부재가 낳은 ‘무지’와 ‘미성숙’의 문제들은 비단 사회적 약자와 공생하는 방법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제때 제대로 못 배운 데서 연유하는 문제는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배려에 대한 충분한 교육의 부재는 사회적 갈등을 낳고 준법에 대한 교육의 소홀은 사회 안전을 위협한다. 개인과 가족의 생계 기반을 무너뜨리는 ‘무지’의 요소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 교육의 부재로 인한 것이다. 재화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나 화폐의 생산과 유통 같은 경제 이론에 대한 교육에 비해 실생활과 직결되는 금융 교육은 교실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 학교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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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규 교육과정을 마친 청년들은 거의 ‘금융 문맹’ 상태로 사회에 나가 대부업체를 덜컥 이용하기도 하고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한다. 보이스피싱 역시 노령층이 주요 타깃일 듯하지만 취업 등을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속아 대포통장을 제공했다가 정상적인 금융 거래 불능자가 돼버린 청년의 사례도 적지 않다. 물론 금융감독원 등에서 금융기관과 함께 ‘1사1교 금융 교육’ 등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제도권 교육이 아닌 이상 교육 효과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모두가 알듯이 요즘 아이들은 참 많이 바쁘다.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배우러 다녀야 할 곳도 많다. 하지만 그토록 열심히 학습에 매진한 아이들이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는 순간 과연 사회의 온전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모두 학습 완료하게 되는지는 모르겠다.

오는 2018학년도부터 교육과정이 바뀐다고 한다. 인성, 안전, 금융 교육 등이 추가된다고 한다. 관련 교육 내용과 방법들이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일단은 반가운 일이다. 참담한 사건, 안타까운 사고가 연일 터지고 있는 요즘이다. 그중 상당수는 제때 제대로 배워 온전한 어른이 됐더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인데 말이다.

/ yhchung@sedaily.com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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