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韓 MSCI 선진지수 후보 편입 실패]'아킬레스건' 역외 외환거래시장 개설 평행선...'예고된 불발탄'

정부 "외환시장 안정성 중요"

MSCI의 개방확대 요구 거부

시세정보 사용권 놓고도 이견

선진지수편입 장기화 가능성

금융개혁 드라이브에도 흠집





한국 증시의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시장지수 관찰대상국(리뷰리스트) 편입이 불발된 것은 사실상 예고된 결과였다. 정부가 MSCI 선진지수 편입 요구 조건을 일정 부분 수용했지만 ‘아킬레스건’인 역외 외환거래 시장 개설 문제와 관련해 양쪽은 1년 동안 평행선을 달렸다. 정부가 금융개혁 과제로 의욕적으로 추진했음에도 결국 무산되면서 개혁 ‘드라이브’에도 생채기가 났을 뿐만 아니라 장기 미제로 남을 공산도 크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한국은 소규모 개방 경제이고 수출입 비중이 높은 경제구조 특성상 외환시장 안정성이 중요하다”면서 “현재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역외 외환거래 허용은 단기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는 MSCI의 역외 외환시장(홍콩·뉴욕·런던 등) 개설 요구에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한 정부로서는 외환시장의 불안정을 용납하면서까지 요구대로 폭넓게 개방해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시차가 있는 뉴욕이나 런던 같은 역외에 외환시장을 개설하면 원화 가치가 해외에서 급변동해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역외에서 외국자본의 환투기 공격을 당해낼 수 없다는 게 외환 당국의 판단이다. 가뜩이나 국내 외환시장 규모가 10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한 천수답인 상황에서 역외시장의 불안은 곧바로 서울 외환 시장에 고스란히 충격이 전달된다. 한 외환 전문가는 “역외 시장 개설은 환율시장 불안을 사실상 방관하겠다는 의미”라며 “외환거래가 하루 24시간 돌아간다면 외환 당국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정부는 앞서 주식·외환거래 시장의 거래시간을 오는 8월부터 30분 연장하는 것과 중국 상하이의 원·위안화 시장 개설 방침을 담은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MSCI는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선진지수에 들어간 23개국은 모두 MSCI의 요구 조건을 최대한 수용했기 때문에 편입에 성공한 것”이라며 “MSCI는 앞으로도 절대 양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거래소에서 생산하는 시세정보 사용권을 두고서도 정부와 MSCI는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MSCI는 코스피지수 등을 기초로 파생상품을 받을 때 거래소의 승인을 받도록 한 기존 계약을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시세정보 활용을 위한 정당한 대가를 거래소에 지급하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이번에 MSCI 선진지수 관찰대상국 명단에 오르지 못하면서 정부는 내년 6월을 다시 기약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에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된 셈이다.

핵심 안건에 대해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MSCI 선진지수 편입에 과도하게 역량을 집중했다가 일을 그르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중요한 금융개혁 과제로 꼽으면서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이 도리어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수 업체인 MSCI와의 협상은 정부가 아니라 거래소를 중심으로 추진돼야 했다”면서 “다른 국가와 달리 정부가 전면에 나섰다는 것부터 선진시장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지민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