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산업 모세혈관, 소공인 살리자] "방수 천연염색·특허 자수 한복으로 우리 얼 이을 것"

2부. 희망을 만드는 동네공장

<5>가연우리옷

국내 생산 한복, 전체 10% 수준

해외선 깃·섶 우리 정서 반영 못해

문화 지키는 한복 제조업 지원을

다양한 원단·현대적 디자인 접목

품질 차별화로 40년 업계 지켜

노인 등 고용 사회적기업화 계획

16일 부산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범일동 가연우리옷 한복 공장에 들어서자 10여명의 작업자들이 한복 제작에 한창이었다. 265㎡(80평) 남짓한 단출한 이 공장이 국내 한복업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큰 작업장이다. 우리나라 한복업계가 이만큼 축소됐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전국에 4,562개였던 한복 제조업체는 2014년 3,054개로 30% 넘게 줄었고 종사자 수도 6,476명에서 4,478명으로 감소했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한복은 이제 중국과 필리핀 등지에서 대체 생산돼 수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전통 옷인 한복도 수입해서 입는 게 현실이 된 셈이다.

정가연(사진) 가연우리옷 대표는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나 “인건비가 싼 중국과 필리핀 등에서 기성 한복은 물론 맞춤 한복까지 만들고 있어서 국내에서 생산하는 한복 물량은 전체의 10%도 안될 것”이라며 “이들과 경쟁하다 보니 마진도 손해만 안보는 수준에서 남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가연 가연우리옷 대표가 16일 부산 범일동 전시장에서 직접 만든 한복을 선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강광우기자정가연 가연우리옷 대표가 16일 부산 범일동 전시장에서 직접 만든 한복을 선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강광우기자


한복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도 아쉬운 대목이다. 정 대표는 “정부에서는 유명인이 운영하는 한복 업체들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전통 시장 주변을 중심으로 흩어져 있는 동네 한복집에 대한 관심이 적은 건 사실”이라며 “한복을 소공인 업종 중 하나로 볼 게 아니라 우리 전통을 지켜 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한복 제조업을 따로 관리해야 하고 동네 한복집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건은 좋지 않지만 40년 동안 한복 업계를 지켜온 가연우리옷은 방수되는 천연 염색 원단과 특허 자수, 디자인 개선 등 기술 개발을 통해 한복 시장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 대표는 “같은 디자인을 가지고도 해외에서 만들면 우리 정서가 반영이 안돼 깃과 섶에서 멋이 안난다”며 “방수가 되는 천연 염색 원단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고 원단을 덧댄 특허 받은 자수 등으로 품질 차별화를 꾀하고 있고 디자인도 현대적으로 개선하는 등 제품 경쟁력으로 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통적인 한복원단인 실크 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원단을 사용한 한복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도 한복을 입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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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한복 알리기에도 열심이다. 오는 23일부터 열리는 서울국제핸드메이드 페어에도 참여해 7개 업체만 진행하는 발표도 진행할 예정인데다 부산 지역 소공인특화지원센터를 통해 다양한 외부 활동도 하고 있다. 정 대표는 “한복 제조업은 우리나라에서 사라질 수 없는 산업인데다 업계 인력이 노령화돼 젊은 사람들이 새롭게 시작한다면 오히려 더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많은 업체들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을 역으로 생각한다면 경쟁이 줄어들어 앞으로는 더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고 10년 동안 일하면 고용부에서 지정하는 숙련기술 전수자도 될 수 있어 한복 산업은 젊은 인력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가연우리옷은 더 나아가 노인들과 장애인들을 고용해 사회적 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비전은 있다고 하지만 젊은 인력들의 유입이 적은 것이 현실”이라며 “노인들과 장애인들도 손재주만 있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작업이라 이들을 고용해 가연우리옷을 사회적 기업으로 키워나가는 게 목표”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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