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이 다수의 토목 사업에 뛰어들면서 대기업집단 계열사 편입을 피하고자 지분율을 조정하는 ‘꼼수’를 쓴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내부거래’를 숨기기 위해 사용한 각종 비자금 조성 수법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16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검찰은 롯데그룹이 제2경인고속도로와 원주기업도시, 인천 북항 벌크터미널 사업 등 대주주로 참여한 주요 사업에서의 위법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4일 압수수색을 통해 롯데건설이 참여한 주요 사업 자료를 분석하는 중이다.
롯데건설은 2007년 안양~성남을 연결하는 제2경인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위해 ‘제2경인연결고속도로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롯데건설은 이 사업을 사실상 주도하는 최대주주이면서도 2015년까지 지분율은 30%에 미치지 않는 29% 안팎을 유지했다. 2014년에는 29.7%까지 지분율이 올랐지만 30%를 넘기지는 않았다. 현재 지분율은 23.3%로 줄었지만 여전히 최대주주다. 비슷한 시기 강원도 원주시에서 원주기업도시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이 사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원주기업도시주식회사’는 롯데건설이 25%, 롯데정보통신이 3~4%가량의 지분율을 유지했다. 지난해 지분율은 롯데건설 25.18%, 롯데정보통신 3.43%로 두 회사 합쳐 28.61%다. 항만 사업을 위해 설립한 ‘인천북항벌크터미널주식회사’ 또한 롯데건설이 2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30%는 가까스로 넘기지 않았다.
사정당국은 롯데건설이 ‘30% 미만’ 지분율을 유지하는 이유가 공시 의무를 피하기 위해서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특정 회사의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게 되면 계열사로 보고 각종 공시의무 등을 준다. 롯데건설이 이 같은 의무를 피해 사업 관련 자료를 의도적으로 숨기기 위해 지분율을 관리해왔다는 것이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각종 용역 사업과 부동산거래 등을 통해 계열사 간 ‘헐값 몰아주기’ 등의 형태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을 시도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제2경인고속도로 사업의 경우 롯데건설이 고도제한을 초과해 도로를 설계하는 등 문제가 있었는데도 정부 당국이 조건부승인을 내주고 사업을 반대해온 국방부가 태도를 바꾸는 등 ‘특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토목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대규모 토목 사업을 수주할 때마다 계열사 편입이 되지 않는 SPC 설립 방식을 자주 사용해왔다고 한다. 각종 용역수주 등에서 사실상 내부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공시의무가 없어 감시의 틀을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롯데는 법망의 허점을 파고들어 비자금 조성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를 맺고 있는 서미경씨를 통해 수백억원대 부동산과 숨겨진 계열사를 운영한 것은 ‘친족분리제도’를 악용한 예로 꼽힌다. 또 계열사 간 거래에서 두 회사가 서로 다른 거래액수를 공시하는 과정에서도 ‘최초 계약보다 20% 이상 변동이 있을 때’만 공시하도록 한 특례규정을 절묘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도 나왔다. 20% 안에서 두 회사가 거래액을 다르게 공시하면서 ‘사라지는 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롯데건설이 당국의 눈을 피해 거래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포착될 경우 사법처리를 검토할 방침이다. /김흥록·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