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회사손해 물어내라" 불법파업에 엄정한 법원

최근 3년간 350억 배상 판결

노조책임비율 평균 70% 달해

"法벗어난 파업행태 억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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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불법파업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달라’며 기업들이 제기한 소송 3건 가운데 2건꼴로 노조의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배상 비율도 70%에 이르러 노조가 물어줘야 할 금액은 최근 3년간 350억원을 웃돌았다. 법원이 ‘불법 파업에는 관용 없다’는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심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서울경제신문이 2012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전국 법원이 판결한 ‘파업 손해배상’ 소송을 조사한 결과 전체 38건 가운데 24건(63.2%)에서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불법 파업이 인정되니 노조는 기업의 손해를 물어야 한다”는 판단이 3분의 2가량 차지한 셈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대형 파업은 어김없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쌍용차 해고 반대 파업,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파업, 한진중공업의 희망버스 파업 등이 대표적이다.


손해액 가운데 노조가 배상해야 할 비율도 평균 70%에 이르렀다. 가장 적게 책정된 비율이 50%였다. 100% 전액을 인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배상 판결이 난 24건의 전체 배상액수는 345억원840만원이었다. 평균 14억6,000만원에 이르는 규모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파업 관련 소송에서는 최고 90억원 배상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보면 법원은 파업의 주체, 목적, 절차, 방법 중 어느 하나라도 하자가 있으면 불법파업으로 판단했다. 특히 폭력, 기물 파손 등의 방법이 동원된 파업은 예외 없이 불법 판정을 내렸다.

최근엔 경찰력이 투입됐거나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한 파업에는 국가가 노조에 손해배상 소송을 거는 사례도 잇따랐다. 법원은 이런 사건에서 불법 파업 판정을 내리는 것은 물론 배상 비율도 손해액의 100%를 인정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5월 서울고법은 ‘쌍용차 부당해고 반대 파업’ 관련 소송에서 “경찰이 과잉 진압을 했다는 주장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노조가 적극 과격 행동을 했다”며 노조 측 배상 책임을 전액 인정했다.

목적에서는 ‘근로조건 유지·개선’ 등을 위한 쟁위 행위만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법원은 이를 판단하기 위해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예컨대 정리해고나 사업 조직의 통폐합, 공기업의 민영화 등 기업 구조조정의 시행 여부는 사용자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안이라 이를 문제 삼는 파업은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치적인 의도가 강한 파업 역시 불법에 포함됐다.


법원 관계자는 “노동자의 쟁의 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권리이지만 목적, 방법 등에 있어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는 파업은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는 게 법원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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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난해와 올해만 한정하면 파업 손해배상 사건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다소 늘었다. 2015년에 총 13건의 관련 판결이 나왔는데 이 가운데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 또는 각하한 경우가 7건이었다. 손해배상 인정률이 46.2%에 그친 셈이다. 올 들어서는 5월까지 4건의 소송에서 2건만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2013년 배상 인정률 78.6%나 2014년 71.4%와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

법원은 특히 회사와 노조 사이에 ‘파업기간에 조합원의 위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부제소 합의를 했다면 그 효력을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파업 목적의 정당성을 넉넉하게 인정해준 판결도 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선 노조 전임자 숫자 유지를 요구했던 파업이 정당했느냐’가 쟁점이었던 자일대우 버스 파업 사건에서 “노조 전임자 유지 요구 자체는 부당하지만 그런 요구가 파업의 주된 목적은 아니었다”는 이유로 지난해 8월 노조의 배상 책임을 부정했다.

2012년 MBC 노조 파업 사건의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공정방송 실현 요구는 정당한 파업 목적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합법 파업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송영섭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는 “일부 하급심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 나오긴 하나 전반적으로는 불법 파업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단이 대다수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법원이 이처럼 불법 파업에 엄정한 판단을 내림으로써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난 노조의 행태가 어느 정도 억제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노사가 소송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닫는 상황 자체를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성제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본부장은 “파업을 놓고 노사가 손해배상 소송까지 벌이는 건 선진국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사 갈등이 소송을 벌일 정도로 극단에 이르면 다시 관계를 회복되기 어려워서 노조는 극단적인 형태의 파업을 자제하고 회사도 타협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민준·박우인기자 morandol@sedaily.com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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