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형 해운사 위기 우량 중소 선사까지 번져선 안된다

한진해운·현대상선 등 대형 해운사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우량 중소 해운사가 유탄을 맞고 있다. 한국선주협회가 최근 파악해보니 해운업 구조조정 이슈가 터지자 국내 중소 해운사에 컨테이너 화물을 맡기던 화주의 20%가량이 해외 선주와 거래를 시작했다. 건실한 중소 해운사까지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외국 선사에 화물을 몰아주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대한민국 해운 전체가 침몰 직전인 것처럼 잘못 알려져 대외 신인도가 크게 떨어진 탓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금융권 움직임이다. 해운업이 리스크가 많은 업종으로 분류되며 금융권에서 중소 해운사들의 신규 거래 개설을 거부하거나 기존 대출금의 조기상환까지 요구하고 있다. 해운업의 자금회수 불확실성을 들어 돈줄을 죄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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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를 내고 있는 중소 해운사조차 선박을 담보로 잡히겠다는데도 은행에서 대출을 거부당했을 정도다. 비가 온다고 마구잡이로 우산을 빼앗는 꼴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튼튼한 해운업체라도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특히 중소 해운사는 구조조정에 들어간 대형 선사와 사정이 다르다. 대부분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편이다. 선주협회에 따르면 협회 151개 회원사 가운데 지난해 영업 흑자를 기록한 곳은 114개사에 달했다.

양호한 실적을 낸 해운사 대다수가 중소업체로 화물운임이 크게 하락한 악조건에도 좋은 실적을 거뒀다. 이런 중소 해운사를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벼랑 끝으로 내몰아서야 되겠는가. 대형 해운사의 위기가 중소업체로 전이되지 않도록 방어막을 단단히 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중소 해운사가 중견 선사로, 나아가 대형 원양선사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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