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문화돋보기] 출판계 해묵은 '출출갈등'

사사건건 대립해온 출협·출인

서울도서전 싸고 갈등 최고조

주요출판사 불참에 '반쪽' 전락

출협 회장 선거도 얼마 안남아

두단체 갈등의 골 깊어질 우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6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참관객들이 이탈리아 서적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6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참관객들이 이탈리아 서적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올해로 22년째 맞은 서울국제도서전 폐막 이후 ‘반쪽’이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역대 최다인 122개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93명의 강연자를 초청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출간한 출판사를 포함해 국내 주요 출판사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역대 최악의 도서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로는 출판계 불황,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인한 할인 폭 제한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도서전 파행의 원인은 출판계 맏형격인 대한출판문화협회와 주요 단행본 출판사들이 1998년 출범시킨 출판인회의 간의 해묵은 ‘출출 갈등’이다.


출발선에서부터 차이가 있는 두 단체는 사사건건 의견을 달리해 오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공동주최’를 둘러싸고 갈등이 한층 고조됐다. 출판인회의 측에서 “도서전 파행의 해법을 찾자”며 출협에 공동주최를 요청했으나 출협 측에선 “도서전은 출협 행사이고, 출판인회의 외 20개가 넘는 단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출판인회의와만 행사를 진행할 경우 다른 단체가 반발할 것”이라는 이유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출판인회의 소속 주요 출판사들의 도서전 대거 불참이라는 이번 사태에 이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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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단체는 서로를 탓하기에 앞서 제 몫을 다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출협은 고영수 회장이 단행본 출판사들을 직접 찾아가 참석을 종용하는 노력을 더 했어야 하고, 출판인회의 또한 이번 도서전이 국내 최대 출판 잔치인 만큼 주요 출판사들이 참가하도록 설득했어야 했다.

그뿐 아니라 얼마 남지 않은 출협 선거에서 두 단체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물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생긴 후 출협의 역할이 다소 줄어들면서 출협의 위상이 예전 같진 않다. 과거처럼 치열한 선거전을 둘러싸고 볼썽사나운 진흙탕 싸움이 벌어질 공산이 커 보이는 것도 아니다. 아직은 출판인회의 쪽 후보만 거론될 뿐 출협 쪽에선 구체적인 후보 얘기조차 없을 정도로 선거 분위기도 차분한 편이다. 그래도 막상 선거전이 본격화할 경우 도서전 파행의 원인 등을 놓고 서로를 향한 날선 비난이 이뤄질 수 있다.

출판업계에 공급률(개별 출판사가 서점·책 도매상 등 유통사에 책을 공급하는 가격의 정가 대비 비율)조정, 출판 산업 진흥 등 해결이 시급한 현안이 있는 만큼 두 단체는 갈등 해소를 위한 만남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출협 회장들은 대부분 출협과 출판인회의 간의 갈등을 인정하며 화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은 했지만, 오히려 두 단체의 갈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도서전에서조차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선거전에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해야 한다. 더 늦어지면 내년 도서전 성공 개최는 물론 출판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결 과제인 출판계 화합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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