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기준금리 1.25%인데 신용융자 이자가 12%라니...

■ 증권사 대출금리 요지부동

기준금리 4년새 8번 인하

신용융자 7조 연중최고에도

증권사 대출금리는 안내려

"초저금리 시대에 발맞춰

증권사 이자율 인하를" 지적

업계 "이자율 낮게 책정땐

빚내서 투자 부채질" 해명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까지 가파르게 떨어지는 와중에도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는 대출금리는 수년째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초저금리 기조 속에 단기 차익을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로 몰리면서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 대금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증권사들도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7조3,041억원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8월20일(7조3,630억원) 이후 10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리는 돈으로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얻은 시세차익으로 빌린 돈을 갚게 된다. 9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가 1.25%까지 떨어지자 은행의 예·적금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투자자들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빚내서 주식을 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초저금리 시대 속에서 빚을 내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증권사들이 돈을 빌려 가는 투자자들에게 받는 대출금리는 수년째 요지부동이다. 국내 증권사 34곳 가운데 올 들어 이자율을 낮춘 곳은 한국투자증권 단 한 곳에 불과했고 지난해 금리를 조정한 증권사도 9곳에 그쳤다. 나머지 24개 증권사는 2년 넘게 이자율이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2011년 책정한 이자율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는 증권사도 14곳에 달한다. 한은이 2014년과 지난해 각각 두 차례씩 기준금리를 낮춘 것도 모자라 올 들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잇따른 금리 인하로 은행 시중금리도 1%대로 떨어졌지만 증권사들은 여전히 높은 대출금리를 고집하면서 주식 투자자들의 부담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10%가 넘는 높은 금리를 유지해 눈총을 사고 있다. 거래기간 15일 이내 기준으로 키움증권(039490)은 2011년 12월부터 4년 넘게 12.0%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KB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11.7%의 이자율을 이어오고 있다.

관련기사



증권사들이 신용융자이자율 인하에 소극적인 것과는 달리 고객들에게 지급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와 동시에 서둘러 내렸다. 국내 모든 증권사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직후인 10~13일에 걸쳐 CMA 금리를 1.10~1.25%로 하향 조정했다.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융자가 일반 시중은행의 대출과 성격이 다른 만큼 일괄적으로 기준금리에 연동해 이자율을 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융자는 투자자들이 단기간에 쉽게 쓰고 쉽게 갚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금리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 이자율을 너무 낮게 책정할 경우 빚내서 주식 투자하는 것을 부추기는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신용거래융자도 일종의 투자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당국이 증권사의 이자율 조정에 개입할 근거는 없다”며 “시중금리 추이에 맞게 이자율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게 도리어 대출을 권장하는 것처럼 비칠 우려도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리가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증권사들도 이자율 인하의 목소리를 외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단기 투자 목적의 개인투자자들이 이자율 변화에 둔감하다 보니 증권사들도 이자율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없었다”며 “기준금리가 역사적 최저치까지 떨어진 만큼 이제 증권사들도 시장금리의 변동분을 반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