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현지 인건비 상승세가 가팔라지며 우리 기업 진출 전략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산업연구원(KIET)은 21일 발표한 보고서 ‘베트남 내 한국 다국적기업 현황과 시사점’에서 “다국적기업의 현지 투자가 증가하면서 베트남의 노동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이점이 빠르게 사라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최근 베트남의 노동비용은 중국의 2005년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자 1인당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990년대 초반 3,000달러 수준에서 2014년 9,000달러로 급증했다.
그사이 우리나라는 베트남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2014년까지 한국의 다국적기업은 베트남에서 4,190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377억달러를 투자했다. 투자 건수와 금액 모두 베트남 내 최대 규모다. 또 우리나라는 지난 4월까지 베트남에 98억6,000만달러를 수출했다. 이에 베트남은 일본, 홍콩 등을 제치고 올해 우리나라 수출 상대국 3위에 올랐다.
보고서는 섬유산업과 전자산업으로 구분해 베트남 시장 진출 전략을 분석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나라 제조업은 대부분 섬유산업과 전자산업에 집중돼 있다.
보고서는 “두 산업 모두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베트남에 진출했지만 현재 상황은 상당히 다르다”며 “섬유산업은 여전히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한 공정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반면 전자산업은 단순 가공, 조립 외에 연구개발(R&D)를 활용한 전문화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어 “이 때문에 베트남 인건비가 상승할 경우 중간재 생산 공정 등을 갖춘 전자산업과 달리 섬유산업 경쟁력이 더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현지 진출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한 단순 가공 분야보다는 투자와 노하우가 필요한 기업 핵심 기능을 끌어올려 전문화·집중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모기업에서 생산하는 중간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제품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보고서는 베트남의 소비시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인구 9,000만명의 베트남이 지금 같은 경제성장을 지속하면 현지 소비시장이 빠르게 확장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베트남 소비시장을 공략하려면 장기적 안목에서 현지 기업과 전략적 제휴와 협력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희인턴기자 jh694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