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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끝 아니다

오승훈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마켓실장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실 지난달까지도 영국의 EU 잔류에 대한 낙관론이 시장을 지배했다. EU 탈퇴 의견이 높게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13일부터 발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투자자는 ‘블랙스완(발생 확률은 낮지만 매우 부정적인 사건)’ 공포에 대비하기 시작했고 전 세계 금융시장은 위험 자산을 줄이고 안전 자산 비중을 늘려나갔다.


영국 노동당의 존 콕스 하원의원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브렉시트 여론은 또다시 바뀌고 있다. EU 잔류 여론이 결집하면서 다시 탈퇴 의견을 앞서기 시작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은 여론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는 강세로 전환했고 EU 탈퇴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유럽 증시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여러 변수를 고려하면 EU 잔류에 대한 기대가 아직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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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를 대비할 때다. 결론적으로 영국의 EU 잔류가 결정되더라도 브렉시트 우려에 하락한 가격이 복원되는 수준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민투표 이후 상승 추세를 예상한 위험 자산 확대는 아직 시기상조다.

이번 투표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EU 잔류가 결정되더라도 탈퇴와 관련한 근본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75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진행됐다. 당시 영국 노동당은 1974년 10월 선거에서 EEC 존속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공약으로 집권당이 됐다. 투표 결과 EEC 잔류가 67.2%를 득표했다.

브렉시트 이슈의 본질은 영국인이 생각하는 것과 독일·프랑스 등 유로존 국가가 지향하는 통합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영국인은 경제적 통합을 넘어서는 정치적 통합에 반대한다. 유로존은 경제통합을 넘어 재정·금융·정치 통합으로 나아가려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브렉시트 문제는 언제라도 다시 제기될 수 있는 위험요인이다.

국민투표에서 EU 잔류가 결정된다면 전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다만 잔류 결정에 따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브렉시트 이슈 소멸 이후 그동안 미룬 중국 경기 문제(부동산 버블), 미국의 금리 인상, 일본 엔화 강세 등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브렉시트 투표가 새로운 추세를 형성하는 결정요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예측하고 미리 투자 방향을 결정하기보다는 결과를 확인한 뒤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마켓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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