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나라 영국이 결국 ‘고립’을 선택했다. 전 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영국은 23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했다.
유럽 2위이자 세계 5위를 차지하는 경제대국 영국이 43년 만에 EU와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영국과 유럽은 물론 세계 정치·경제에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지각변동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의 여파로 이날 글로벌 금융시장이 공황에 빠지면서 가뜩이나 미국과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로 위축됐던 세계 경제는 당분간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 장세에 진입하게 됐다.
이날 영국에서 치러진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는 개표 내내 초박빙의 접전을 벌인 끝에 EU 탈퇴 지지가 51.9%로 잔류 48.1%를 앞지른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BBC 등 현지 언론들은 전체 유권자 4,650만명 가운데 72.2%가 참가한 이번 국민투표에서 총 1,741만명이 EU 탈퇴를 선택했다고 24일 전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는 개표 전 발표한 투표 당일조사에서 ‘브리메인(EU 잔류)’을 예고했지만 영국 민심은 개표 초반부터 EU 이탈을 가리켰다.
예상을 뒤엎은 투표 결과에 이날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외환시장에서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장중 10% 폭락하며 지난 1985년 이후 3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는 장중 달러당 100엔을 무너뜨리며 폭등했다. 원화 가치도 하루 만에 30원 가까이 급락해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9원70전 오른 1,179원90전으로 마감했다.
증시도 무너졌다.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지수는 급격한 엔고로 장중 8% 이상 급락하다 전날 대비 7.92% 하락한 1만4,952.02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1,900선이 무너진 끝에 3.09% 하락한 1,925.4로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은 장중 사이드카(일시 매도정지)가 발동되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하락폭을 만회하며 4.76% 내린 647.16으로 거래를 마쳤다. 아시아증시에 이어 열린 유럽증시는 개장 초 7~10%대의 폭락세를 나타냈다.
브렉시트가 당장 26일로 예정된 스페인 총선을 포함해 유럽은 물론 미국 대선 등 주요국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외교적 고립주의와 경제보호주의의 물결이 전 세계로 확산될 우려도 커졌다. 이 경우 전 세계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EU 잔류 캠페인을 주도해온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날 브렉시트 확정 후 성명을 통해 오는 10월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신경립·박시진기자 kls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