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비상구 없는 ‘사회 밑단’ 하청 청년] 위험마저 외주화...안전·감독도 '나 몰라라'

<하>잇따른 '젊은 죽음'…부실 제도의 희생양

하청 근로자 중 7%만 산재 혜택

불경기 생계 막막해진 청년들

유해환경·부실 취업현장 내몰려

실습 강화해 맞춤 인재육성 절실

하청사건 책임회피 막을 제도 필요

지난 5월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희생된 스크린도어 하청업체 근로자 김모(19)씨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구의역 1번 출구에 모여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5월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희생된 스크린도어 하청업체 근로자 김모(19)씨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구의역 1번 출구에 모여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마다 안타까운 ‘젊은 목숨’이 산업 현장에서 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죽음이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원청업체의 무리한 ‘위험 외주화’로 하청업체의 고질적인 안전 감독 미비 등 구조적인 데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이런 안전 불감증 구조 속에서 이 젊은이들, 특히 고졸 청년들은 취업률 제고라는 명분으로 부실 취업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특성화고·종합고·마이스터고 편람’을 보면 특성화고 졸업생 중 취업자는 2011년 21.2%에서 2014년 45.2%로 크게 늘었다.


한 노동계 전문가는 “경기 침체가 계속되며 당장 벌이가 필요해진 청년들이 임금 등의 처우를 가리지 않고 취업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육전문가들은 ‘독일식’ 도제시스템의 국내 도입을 통해 취업률이 아닌 질적인 면에서 직업 교육 과정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하인호 인천비즈니스고 교사 겸 청소년노동인권센터 활동가는 “독일과 같은 도제시스템이 우리나라 현실과 정확히 맞지는 않지만 교과 과정 내에 주기적인 현장 실습을 두고 숙련된 인력을 길러내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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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근로자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값싼 임금을 받고 있는 청년들은 유해 환경에 직접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 중대재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아주대 의대 민경복 직업환경의학과 교수팀이 2010년 6월부터 10월까지 무작위 표본을 추출한 경제활동 근로자 1만여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하청업체 근로자가 원청업체 근로자보다 업무상 재해는 2.01배, 우울·불안은 2.95배, 근골격계 질환은 1.39배 많았다. 국가인권위원회 송경숙 조사관은 “기본적으로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조항 자체가 원청 업체에 많은 안전·보건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이 아니므로 제도 보완을 통해 적절한 예방·위험 제거 조치 없이 유해·위험 작업이 도급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고가 나더라도 이들은 제대로 산재 혜택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의 한 발전소 하청업체에서 경리로 일한 김이나(23·가명)씨는 산재보험의 혜택을 본 근로자는 손에 꼽는다고 말한다. 지난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펴낸 ‘산재위험직종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하청 근로자(조선업 기준) 사고 중 단 7.2%만이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재해 치료비는 하청 업체에서 공상처리(56%)를 하거나 개인 부담(28%)으로 메우고 있었다. 공상처리는 근로자가 업무 중 입은 부상을 이유로 회사가 민법상 손해배상을 해주고 합의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상처리를 할 경우 병이 재발하더라도 추가적인 보상을 받을 수 없고 개인 보험의 경우에는 보험 가입 자체가 거절당하기 십상이다. 보험사의 이희성 계리사는 “보험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위험직종에 종사하는 경우 보험 가입이 거절되거나 가입 가능한 보험가입 금액 한도가 낮게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호·정수현기자 김인경인턴기자phillies@sedaily.com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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