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위기의 ‘더 시티’





16~17세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해상 무역의 중심지였다. 그 영광의 상징인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는 처음으로 지분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공식적인 주식회사로 성장했다. VOC로 출발한 네덜란드의 주식거래 시스템은 암스테르담을 작은 상업도시에서 유럽의 금융 허브로 성장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암스테르담의 금융 패권은 프랑스와의 전쟁 등으로 다른 나라와의 거래가 끊기면서 막을 내린다. 많은 금융인이 영국 런던 등으로 근거지를 이동한 것.


이렇게 시작된 런던의 금융 파워는 19세기 영국에서 태동한 산업혁명을 계기로 탄력을 받는다. 특히 1960년대가 큰 전환점이었다. 유로머니(유럽의 달러 자금 시장)가 본격화한데다 존 케네디 미국 행정부의 자본규제 강화를 피해 많은 금융회사가 런던으로 사무실을 옮겼기 때문이다. 런던 금융 지구 ‘더 시티(City of London)’가 지금과 같은 막강한 위상을 갖게 된 발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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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도 런던을 뉴욕과 맞먹는 금융 허브로 키운 원동력이다. 1980년대 영국 정부는 자국 금융회사를 보호해온 장벽을 과감히 제거해버렸다. 그 바람에 군소 증권사 등이 무너졌지만 금융 경쟁력은 강해졌다. 바로 런던 금융시장의 ‘빅뱅(Big Bang)’이다. 현재 런던 금융가에는 미국계 JP모건·골드만삭스·BoA메릴린치, 독일계 도이체방크, 스페인계 산탄데르 등 거대 금융그룹의 국제본부가 모여 있다.

그 중심인 더 시티가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외신 보도다. JP모건 등은 벌써부터 런던 탈출을 검토하는 모양이다. 회계·컨설팅사인 PwC는 “더 시티의 일자리가 4년 안에 7만~10만개 정도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서까지 내놓았다. 벌써 암스테르담과 파리·프랑크푸르트·더블린의 경쟁자들이 ‘런던 이후’를 노리고 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이 새삼 다가온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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