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조성주의 스타트업 코칭] 믿을 수 있는 투자자인지 확인하라

KAIST 경영대학 교수

<23> 엔젤투자유치 때 고려할 사항

자금조달 후 기업가치 따져 지분율 결정

투자조건 이견땐 인센티브 부여도 방법

조성주 KAIST 경영대학 교수조성주 KAIST 경영대학 교수


스타트업을 시작한, K대표.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그렇듯 자금 부족으로 곤란을 겪는 중이다. 다행히 지인의 소개로 엔젤 투자자를 소개 받게 되었다. 투자자는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고 선뜻 1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와우!

“지분율은 25% 정도였으면 좋겠고요. 열심히 도울게요. 공동 창업자라고 생각해주세요.”


K대표는 무척 기뻤다.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인정받은 것 같았다. 1억원이면 당장 제대로 시작해볼 수 있는 금액이다. 투자뿐 아니라 사업을 돕겠다고 하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K대표는 최종 결정을 하기 전에 주위 사람들과 상의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반응들이 나왔다.


“1억원에 25% 지분이라면 투자 후 기업가치가 4억원인데 너무 낮게 평가 받은 것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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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K대표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최초의 투자,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까. 하나의 정답이 있을 수는 없지만 생각할 점 몇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사업이 성과를 내기까지 예상 매출과 자금 소요 계획을 정리해본다. 이를 근거로 자금 조달 시점별 기업 가치를 추정, 투자유치를 진행한다. 몇 번의 추가 투자가 완료됐을 때 최대주주(또는 우호지분 포함)의 지분이 적절한 선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K대표가 불안해하는 것은 이런 계획을 구체적으로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구조를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스타트업 또한 많지는 않다는 데 위안을 삼을 수 있다.

둘째, 누가 협상력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한다. 투자자들이 많으면 스타트업이 협상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원하는 조건의 투자자를 고르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가 많다. 불확실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스타트업은 지분율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파이를 키우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 최초의 투자가 없으면 시작조차 제대로 할 수 없지 않겠는가. 투자 조건에 이견이 있다면 일단 일이 되는 쪽으로 만들어놓고 향후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조항을 넣어 양보한 쪽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셋째, 당장 자금이 필요하더라도 믿을 만한 투자자인지가 중요하다. 최초의 투자자는 소수 지분을 가진 단순한 소액주주가 아니라 일정 권리를 가진 주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예:지분율 3%면 회계장부 열람권 확보). 창업자가 대주주라고 하더라도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투자자의 협조를 구해야 할 일들이 생길 것이다. 어떠한 계기로든 투자자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창업자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이 있다. 시간이 가면 지분율 자체보다 신뢰할 수 있는 투자자냐가 훨씬 중요해질 것이다.

/조성주 KAIST 경영대학 교수 sungjucho@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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