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北초계정에 미국산 ‘개틀링 건’ 탑재?

‘미국산 탑재’는 신빙성 떨어져

北 14.5㎜ 자체생산, 12.7㎜도 보유

중국 제품·이란제 해적판 가능성도

북한이 자체생산한 14.5㎜ 개틀링건. 미얀마에도 2012년 수술돼 호위함에 탑재됐다.북한이 자체생산한 14.5㎜ 개틀링건. 미얀마에도 2012년 수술돼 호위함에 탑재됐다.




과연 북한 초계정에 미국산 개틀링 기관총이 탑재됐을까. 때 아닌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이 연안 전투함의 노후무기를 교체하면서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사 개발품으로 추정되는 12.7㎜ 개틀링 기관포를 탑재했다는 것. 일부 외신도 이를 인용 보도했다. 군 당국은 이에 대해 “정확하게 내용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궁금증만 증폭되고 있다.

군이 정확한 언급을 회피하는 마당에 추정에 의존해 따져 보면 ‘미국제 개틀링 탑재’는 개연성이 떨어진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개틀링포의 종류와 제작국이 무수히 많다. 미국인 의사 리처드 개틀링 박사가 1862년 특허를 낸 회전식 기관총의 통칭이 개틀링 건일 뿐이다. 우리 군도 사용하는 20㎜ 발칸포가 대표적인 경우지만 구 동구권의 여러 국가가 개틀링건을 생산 중이다. 북한마저 러시아에서 수입한 30㎜와 자체개발한 14.5㎜ 기관포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북한제 총열 6개짜리 수동식 14.5㎜ 개틀링 건은 수출까지 이뤄져 미얀마 호위함에도 달렸다.


두 번째, 구경 12.7㎜ 개틀링포 역시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 구 소련이 공여한 Mi-24 하인즈 헬기에 달린 12.7㎜ 개틀링건을 떼어내 초계정에 장착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군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북한이 다른 용도의 개틀링포를 해상용으로 개조한 것 같다”는 추정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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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12.7㎜ 개틀링포라도 서방측 약실규격을 사용하는 개틀링포를 북한이 운용하기 시작했다면 세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할 수 있다. 먼저 국제 암시장을 통해 흘러 갔을 경우다. 그러나 북핵 사태 이전부터 광범위한 국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382척의 초계정에 미국제 개틀링을 장착할 만큼 충분한 수량을 확보했을지는 의문이다. 후속 군수지원까지 감안하면 의문은 더욱 커진다.

이란이 2013년 개발한 모하람 12.7㎜ 개틀링건. 북한이 서방규격의 개틀링건을 사용하고 있다면, 이란이 불법복제해 북한에 수출한 76㎜함포와 같은 경로로 북한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이란이 2013년 개발한 모하람 12.7㎜ 개틀링건. 북한이 서방규격의 개틀링건을 사용하고 있다면, 이란이 불법복제해 북한에 수출한 76㎜함포와 같은 경로로 북한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중국에서 생산한 12.7㎜ 개틀링 건 공여. 중국은 다양한 서방규격의 개틀링 건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세 번째는 이란에서 불법복제(Dead Copy)한 서방규격의 12.7㎜ 개틀링을 수입했을 경우다. 특히 이란은 지난 2012년 불법복제한 이탈리아제 76㎜ 함포를 북한에 수출한 적이 있다. 이란이 2013년 복제에 성공한 서방규격의 육상용 12.7㎜ 개틀링 건이 같은 경로를 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엇이 맞는지 확실하지 않아도 보다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남북이 확연하게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연평해전 이후 연안전투함의 소구경 연사 능력을 중시하는 추세다. 우리 해군이 보유한 20㎜ 시발칸에 큰 피해를 입었다는 평가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우리 해군은 접적 지역의 화력을 대구경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윤영하급 고속함과 건조 중인 검독수리급 고속정의 주무기는 76㎜ 함포다. 남북 해군의 대조적인 행보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의 대치 상황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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