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카톡 감옥'서 로그 아웃…

퇴근 후 스마트 기기 근무 일주일 11시간 넘어…연내 '가이드라인' 제정 추진







#정부부처에 근무하는 A 과장은 일요일 아침에 눈을 떠 휴대폰을 보는 게 두렵다. 국장이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새벽에도 업무지시를 내리기 때문이다. A과장은 카톡 아이콘 위에 새 메시지가 왔다는 숫자가 보이면 스트레스가 확 올라간다고 했다.

#‘근무시간 이외의 업무 연락에 대해서는 방침상 부득이 응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라며 근무시간에 다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나영돈 고용노동부 일가정양립 담당국장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업무 시간 외 문자, 카톡 안 받고 안 보내기 운동을 하고 있다. 일과 외의 시간에 연락이 오면 위의 문구로 답장을 보낸다.


e메일·메신저 등 스마트폰으로 근무시간 외에도 업무지시가 급증하면서 이른바 ‘카톡 감옥’ ‘카톡 지옥’ ‘카톡 감금’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있다. 이에 고용부가 근로자의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위해 이르면 연내 ‘스마트기기 업무 가이드라인(업무시간 외 카톡 금지)’ 제정을 검토하고 나섰다.

29일 고용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외국 사례나 실태조사를 진행하려고 연구용역에 착수했다”며 “근로자 사생활 보호와 일·가정 양립을 위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실천·확산하도록 권고하는 게 최선”이라고 밝혔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전국의 제조업·서비스업 근로자 2,4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스마트기기 업무 활용의 노동법적 문제’ 자료를 보면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로 인해 근로자들은 평일 업무시간이 끝나고도 하루 평균 1시간 26분, 주말에는 1시간 35분가량을 더 일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합하면 일주일에 11시간을 넘게 일하지만 초과 근무수당은 받지 못한다. 대부분이 직장 메일 처리, 업무 관련 파일 작성, 메신저 업무 지시 등이다.

전문가들은 사용자의 업무 메시지를 받고 스마트기기로 30분 이상 일하는 경우에는 초과근로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정지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사례별로 달라지겠지만 사용자의 지휘 감독하에 있느냐, 구체적인 업무지시가 있느냐 등에 따라 근로시간 유무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기술발전으로 일하는 방식이 바뀜에 따라 유연근무제 및 재량 근로 시간제 활성화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근무 외 시간 지시땐 불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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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도 동참 추세



이와 관련해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퇴근 후에 문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업무를 지시할 수 없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이른바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다만 법안에는 “사생활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선언적 내용만 포함돼 있고 구체적인 벌칙 조항은 없다. 업무 구분이 애매한데다 업종 특성에 따른 기준이 불명확해 현실적으로 업무 지시를 아예 차단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안티스트레스법안’ 등에 대한 논의만 있을 뿐 아직 제도화된 국가는 없다. 하지만 일부 노사가 단체협약을 통해 퇴근 후나 주말에는 아예 회사 e메일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협정을 맺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문화 확산에 동참하는 추세다. LG유플러스는 카카오톡 등으로 오후10시 이후 업무 관련 메시지를 보내는 직원에게는 보직해임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삼성SDI는 퇴근 후와 주말 등 근무시간 이외 메신저 사용을 자제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우영 폴리텍 이사장은 “시도 때도 없이 업무지시를 하는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며 “내부적으로 적용 가능한지 검토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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