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조선산업 재편 큰그림]잘하는 건 키우고 못하는 건 손떼게...'빅3' 자율적 설비감축 유도

현대重·대우조선-조선, 삼성重-플랜트 강점

최하위 등급 사업부 다른 조선사에 팔라지만

주고받기식 스몰딜 어렵고 선주와 신뢰 깨져

업계, 사실상 정부주도 산업재편 냉랭한 반응



조선 3사 모두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해 실행을 앞두고 있지만 개별 자구 노력만으로는 향후 2~3년간 이어질 조선업의 보릿고개를 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렇다고 각각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조선 3사를 인위적으로 뜯어 붙이는 식의 구조조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당국은 이러한 점을 감안해 맥킨지가 작성하는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각사별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문에 대해 선수금환급보증(RG)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업계는 정부의 방침이 한 도크에서 여러 선종을 건조하는 등의 업종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데다 가뜩이나 위축된 RG 발급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수주에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는 8월 중순께 맥킨지의 조선산업 재편 및 전망에 대한 컨설팅 결과가 나오면 정부는 본격적으로 조선업에 대한 체질개선 작업에 돌입한다. 정부는 이 같은 조선업 재편 작업을 위해 ‘RG 발급 제한’이라는 막강한 수단을 동원하기로 했다. 조선사가 해외 선주로부터 수주를 따내더라도 금융회사로부터 RG 발급을 받지 못하면 계약 자체를 하기 어렵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은 분야는 설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증권사 등에 따르면 조선 분야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고 해양플랜트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비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경쟁력이 앞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컨설팅 결과에 따라 각 조선사별로 취약 분야가 정해진 후에는 업계가 자발적으로 산업 재편에 나설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한 조선사가 최하위 등급을 받은 사업부를 다른 조선사에 매각하는 소위 ‘스몰딜’ 형식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에 대해 전반적으로 생산설비를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면서 “이후 진행되는 산업 재편 작업은 업계 자율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8월부터 시행되는 원샷법의 혜택을 조선사들도 받을 수 있다. 생산설비를 매각할 경우 4년간 법인세가 이연되고 일부 사업부를 떼어내 소규모 분할하는 것도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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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선 3사의 반응은 냉랭하다. 자구안을 통해 각자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특정 분야 자체를 떼어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상선 중 일부는 건조하고 일부는 건조를 못하게 되면 그동안 쌓아온 선주들과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며 “특히 같은 도크에서 여러 종류의 배를 만드는데 특정 배만 만들게 되면 오히려 도크가 비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 주도의 스몰딜 자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연구기관 연구원은 “조선업은 라인을 쉽게 움직일 수 있는 비즈니스가 아니다”라며 “조선 3사가 자체적으로 경쟁력이 뒤처지는 분야를 줄일지언정 다른 조선사에 매각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각 분야별로 조선사의 순위가 정해지더라도 점수 간극이 크지 않으면 산업 재편 작업의 명분이 다소 약해질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금융권의 지나친 몸사리기로 RG 발급이 늦어지고 있다는 업계의 불만이 쌓이고 있는 상태에서 자칫 컨설팅 결과가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더 노골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남창우 박사는 “이미 부실화된 기업과 정상적인 기업을 동일 선상에 놓고 선종별로 순위를 매긴다는 것은 정상 기업 입장에서 보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만약 삼성과 현대중공업이 특정 선종의 금융지원에서 배제되면 이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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