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타임은 브렉시트와 관련해 국민투표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이 보수당과 노동당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점점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에 따르면 이날 노동당 소속 게라인트 데이비스 의원과 데이비드 래미 의원은 브렉시트 찬성파의 주장이 거짓말로 밝혀지고 있다며 하루빨리 국민투표를 재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보수당 내각의 제러미 헌트 보건장관도 브렉시트 철회를 위한 국민투표 재실시를 주장한 바 있다. 브렉시트 이후 주가폭락으로 막대한 재산 피해를 당한 기업인들도 유턴을 외치고 있다. 영국 내 최대 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영국 ITV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비즈니스에서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이를 수정한다”며 “영국 국민들도 브렉시트와 관련해 국민투표를 다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브렉시트가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청년층을 중심으로 브렉시트 재투표 청원에 서명한 사람은 이미 400만명을 넘어섰다.
EU 정상들의 압박도 영국 내 리그렉시트 여론 확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비롯한 EU 27개국 정상들과 EU 지도부는 비공식 회의 후 영국이 EU 탈퇴 후에도 현재와 같이 단일시장 접근권을 유지하려면 물품·사람·자본·서비스 이동의 자유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공언했다. 이 경우 영국 유권자들이 국민투표로 달성하려던 난민유입 차단이 어려워져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의 사정은 달라질 것이 없게 된다. 당초 기대와 다른 조건이 속속 제시되면서 유럽으로 돌아가자는 영국 내 여론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EU 탈퇴 반대 주장이 연이어 제기되자 실질적인 브렉시트 뒤집기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CNN은 “현행법상 국민투표 자체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브렉시트와 관련해 EU에 탈퇴 의사를 통보할 최종 권한은 영국 정부에 있다”고 보도했다. 헌법학자들은 의회 동의 없이 국민투표 결과만으로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를 실행하는 것은 법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 인터뷰한 닉 바버 옥스퍼드대 헌법학 교수는 “영국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의회 민주주의”라며 “총리가 EU에 탈퇴 서약을 보내기 전에 의회의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이 국민투표까지 해 결정한 브렉시트를 번복할 경우 더 큰 역풍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정부가 국민투표 결과를 무시할 경우 브렉시트 찬성 유권자들의 불신이 커져 여론 분열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영국은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