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공매도와의 전쟁





2013년 4월1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이 보유주식 전량을 다국적 제약회사에 매각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셀트리온을 세계 굴지의 생명공학회사로 키운 벤처기업인이 느닷없이 속세를 떠나겠다고 한 배경에는 공매도가 있었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 매도계약을 체결한 후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되사 빌린 주식을 갚는 거래로 주가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가 사용하는 전략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2년간 공매도 금지기간을 제외한 432거래일 가운데 412일(95.4%)간 공매도가 이뤄졌고 공매도 비중이 10%를 넘는 날도 62거래일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셀트리온에 대해서는 분식회계, 회장 도주, 임상시험 실패 등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공매도로 주가가 널뛰기를 하기로는 코스닥의 중국원양자원만 한 게 없다. 중국원양자원 주가는 2011년 초까지만 해도 1만원대에서 움직이다가 공매도에 시달려 2013년에는 1,000원대까지 주저앉았다. 화가 난 개미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막겠다며 대차반대운동을 벌였다. 공매도를 하려면 주식을 빌려야 하는데 개미들이 힘을 합쳐 주식을 빌려주는 대차를 거부한 것이다. 대차가 어려워지자 공매도 세력은 주가 하락에 더는 베팅하기 어려워졌고 오히려 이미 빌린 주식을 갚느라 시장에서 주식을 되사는 쇼트커버링 물량이 일시에 몰렸다. 그러는 바람에 주가는 5개월간 1,120원에서 1만4,150원까지 떨어졌다가 치솟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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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는 이처럼 양면을 지닌 투자수법이다. 금융감독원이 특정 종목 주식발행 물량의 0.5% 이상을 공매도하면 금감원에 보고하도록 하는 공매도공시 제도를 3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정체를 드러내기 싫은 공매도 세력이 공매도를 자제해 공매도 비중이 과거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공매도는 사실 리스크 관리 차원의 헤지거래다. 특정 주식에 대한 정보가 신속히 가격에 반영되는 의미도 있어 공매도를 무조건 나쁘게 여겨서는 곤란하다. 존재의 필요성은 있지만 존재감이 두드러지면 안 된다고나 할까. 공매도의 처신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기석 논설위원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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