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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필의 음악 이야기] 인문학 속의 노래

유정필 테너유정필 테너


인문학이란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다루는 학문을 뜻한다. 언어·문학·예술·철학·역사·미술·종교 등을 포함하는 매우 광범위한 학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음악과 관련한 인문학은 인간의 이성과 감성이 극상의 조화를 이룰 때 생겨나는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언어학은 음악과 떼려야 뗄 수 없는데 바로 ‘노래’가 있기 때문이다. 노래에는 항상 가사가 존재하고 가사란 곧 언어다.


언어는 인류가 발전시킨 최고 수준의 정보체계인 동시에 의사소통수단이다. 노래는 이러한 언어를 통해 인간이 뜻하는 바를 더욱 세련되고 아름답게 그리고 명확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의 해법이라 할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 처음 오페라를 만든 이들은 고대 그리스 극을 부활시켜 재현하는 것이 목표였다. 고대 그리스 극을 살리려고 노력하면서 대사의 전달을 어떻게 더욱 명료하고 확실하게 할 수 있었을까 고심한 끝에 대사에 차츰 더 강한 운율을 붙여갔다. 실제 초기 오페라를 보면 가사의 운율을 살려 낭송하는 듯한 단선율의 음악이 극 전체를 이끌어 간다. 운율은 선율이 되고 점점 노래의 형태가 되면서 오늘날 오페라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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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모든 언어의 표현력을 극대화하는 효과도 있다. 대개 한 나라를 대표하는 노래들은 철저하게 그 나라 언어의 표현 방식을 근본으로 하는데, 간단한 예로 우리 민요 ‘밀양 아리랑’의 첫 가사 ‘날~좀 보소. 날~좀 보소’ 멜로디의 강약은 그냥 말로 할 때의 강약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둘을 비교하면 당연히 노래 쪽이 가사와 음악과 어우러져 훨씬 더 표현력 있게 들린다. 함경도 민요 신고산 타령 중에는 ‘공산야월 두견이는 피나게 슬피 울고….’ 라는 문장이 있는데 과연 이 노래를 부르는 외국인들이 ‘피!~나게 슬피 운다.’라는 우리말의 표현과 느낌을 어느 정도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아마 꽤 능숙한 한국어 실력을 갖췄을지라도 우리와 같은 느낌을 갖고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음악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음정과 박자, 리듬은 가사의 표현력과 전달력을 더욱 풍성하게 하므로 언어가 노래로 불리는 순간만큼은 듣거나 부르는 이로 하여금 가사의 의미를 쉬우면서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문장이 뜻하는 바를 이성적으로뿐만 아니라 감성적으로도 깨닫게 되는 특별한 순간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처럼 노래는 언어를 이해하고 습득하여 표현하는 귀중한 언어학적 예술 중 하나다. (테너)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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