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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SKT-CJ헬로 합병때 독점방송권역 팔아야"]유례없는 엄격한 조건에 건질것 없어진 M&A...SKT곤혹

매각대상 권역 15곳...CJ헬로비전 가입자의 75% 달해

"이런 조건이면 매각작업 진행해도 매수자 찾기 어려워"

공은 방통위·미래부로...심사기간 수개월 이상 걸려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사옥 전경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사옥 전경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추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4일 엄격한 인허가 조건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전달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공정위 조건에 맞춰 CJ헬로비전을 산 뒤 100%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는 것에 대한 실익 여부 등 전반적인 분석작업에 돌입했다.

우선 CJ헬로비전의 전국 케이블방송 권역 중 SK브로드밴드와의 유료방송(케이블·위성·인터넷TV) 가입자 합산 점유율이 50%를 넘는 권역을 다른 사업자에 매각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면 이번 M&A의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병의 시너지를 막는 사실상 불허에 가까운 주문이라는 점에서 과연 공정위 조건에 포함됐을지 관측이 엇갈린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7조 4항은 경쟁 제한성을 △시장점유율 합계 50% 이상 △시장점유율 합계 1위 △2위 사업자와 점유율 격차가 1위 사업자 점유율의 25% 이상 등으로 판단한다. 이 기준에 맞춰 양사 합병시 ‘경쟁제한’이 발생하는 CJ헬로비전의 방송권역은 전체 23곳 가운데 지방을 중심으로 15곳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들 15개 권역의 가입자는 300만명 이상으로 CJ헬로비전 전체 가입자 415만명(2월 말 기준) 가운데 75%에 달한다. 따라서 이 같은 시정조치가 포함됐다면 SK텔레콤으로서는 M&A로 기대했던 유료방송시장 가입자의 4분의1 증가 효과밖에 누리지 못하는 셈이다.


방송권역 매각은 공정위가 그동안 심사한 유료방송 M&A 가운데도 가장 수위가 세다. 공정위는 지난 2004년 한국케이블TV 천안·안양방송의 한빛기남방송 인수와 2006년 HCN계열 금호방송의 대구 중앙케이블TV 북부방송 인수 사례처럼 경쟁제한이 우려될 경우 수신료 인상을 제한하는 조처를 한 적이 있지만 매각을 조건으로 내건 적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조치가 사실이라면 SK텔레콤이 매각 작업을 진행한다 해도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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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이날 △이동통신 1위인 SK텔레콤이 알뜰폰 1위인 헬로모바일(CJ헬로비전의 알뜰폰 사업부문) 부분 매각 △M&A 이후 5년간 통신·방송 요금인상 금지 △타 케이블TV 업체도 SK텔레콤과 통신 결합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동등결합 의무화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공정위 심사 보고서가 비공개인데다 검토할 내용이 많아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M&A 결사반대 입장인 KT와 LG유플러스 측은 “M&A의 경쟁 제한성이 높아 공정위 조건이 사실상 불허로 기운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SK텔레콤에 사실상 ‘M&A 철회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공정위 고위직 출신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지금까지 심사를 오래 하면서 SK텔레콤의 철수를 기다린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공시를 통해 공정위 조건 때문에 인수를 철회할 경우 CJ 측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것을 담은 바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부터 공정위 심사가 장기화되며 투자 계획에 차질을 빚고 업계 간 ‘이전투구’로 많은 기회비용을 감수해야 했다. 피인수 당사자인 CJ헬로비전 측의 애로는 말할 것도 없다.



이제 공정위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의견을 받아 이달 중 전체회의에서 의결하면 공은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로 넘어간다. 방통위가 케이블 방송 합병안을 검토해 ‘사전 동의’를 하면 미래부가 방송·통신의 세부 사안을 검토해 최종 인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M&A가 혹시 통신·방송 요금을 끌어올려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거나 방송 균형 발전을 해치는지 여부를 따진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앞으로 5년간 5조원을 인프라 고도화와 미디어 생태계 육성에 투자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업계 전반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논의한다. SK텔레콤은 합병을 통해 동영상, 온라인 상거래, 음원 스트리밍 등 각종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함께 다루는 종합 플랫폼 전략을 꾀하고 있다. 방통위·미래부의 심사는 수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조양준·임세원기자 mryesandno@sedaily.com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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