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한여름의 습격자 '폭염' 대비를

고윤화 기상청장



“삼복더위에 소뿔도 꼬부라든다”라는 속담이 있다. 삼복더위에는 소뿔조차도 녹아 꼬부라진다는 뜻으로 날씨가 몹시 더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올여름 심상치 않은 폭염으로 소뿔뿐만이 아니라 인명 피해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듯하다. 지난 100년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킨 기상현상은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아닌 폭염이다. 최악의 폭염으로 지난 2003년 유럽에서 3만5,000여명이 사망했는가 하면 지난해 5월과 6월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각각 2,207명, 1,233명이 사망하는 등 전 세계 곳곳에서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지구온난화로 여름은 더 빨라지고 폭염 기간은 길어져 오는 2050년까지 폭염 발생 빈도는 2~6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폭염에 대한 대책 수립에 전 세계적인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우리나라 또한 지난 100년간 폭염으로 인한 사상자가 태풍·집중호우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2009년 1,482명에서 2013년 5,396명으로 증가했다. 국민안전처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13년까지 우리나라의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547명으로 기록돼 있다. 실제로 기온이 31도가 넘어가면 온열질환자가 급증한다. 특히 나이가 많은 어르신, 만성질환자, 어린이 등은 온열질환에 더욱 취약하다. 열사병의 경우 치료를 하더라도 치명률이 약 80%(체온이 43도 이상인 경우)나 되는 무서운 질환이다. 따라서 폭염이 예상될 때에는 미리미리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상청에서는 일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를, 일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는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에는 폭염경보를 발표한다. 그리고 기상청은 지난해부터 여름철에만 한정적으로 운영하던 ‘폭염특보’ 운영기간을 연중으로 확대해 언제든 기준 이상의 폭염이 발생하면 폭염주의보나 폭염경보를 발표하고 있다. 또 폭염에 취약한 계층을 위해 관련 공무원과 민간의 취약계층 관리자(농어촌 지역 이장단, 독거노인생활관리사, 쪽방상담원, 영유아 담당자 등)들에게 관련된 정보를 즉시 알려주는 폭염특보 문자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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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시로 기상정보에 귀를 기울이며 햇볕 노출을 피하기 위해 야외활동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실내에 들어오는 햇볕은 최대한 가려주며 선풍기와 에어컨으로 실내 온도를 낮추고 자주 물을 마셔야 한다. 덥다고 생각되면 기상청의 폭염특보 및 예보를 꼭 확인해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폭염을 태풍이나 집중호우보다 무서운 위험기상으로 인식하고 대비할 때다.

고윤화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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