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시각] 삼덕통상이 2관왕에 오른 까닭

서정명 성장기업부 차장

서정명 성장기업부 차장서정명 성장기업부 차장




삼덕통상은 부산에서 고부가가치 등산화와 신발을 만드는 중소기업이다. 10개 이상의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에 주문자상표를 부착해 신발을 만들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기업이다.


문창섭 삼덕통상 대표는 지난 5월 한국 신발산업에 이바지한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고 삼덕통상은 지난달 정부 선정 월드클래스300 기업에도 올랐다.

중소기업계에서는 “2관왕을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중소기업들이 아우성이다. 생산현장에서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보면 나오느니 ‘한숨’이요 짓느니 ‘탄식’이다. “더 이상 공장을 못 돌리겠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도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삼덕통상은 국내 직원 350명 가운데 연구개발(R&D) 인력이 100명을 넘는다. 해외 굴지의 브랜드들이 앞다퉈 주문을 쏟아내는 이유다. 중소기업 가운데 R&D는 등한히 한 채 해외 전시회에 나가 디자인과 기능을 베껴 제품을 만드는 경우가 흔히 있다. 대기업에 납품단가를 내리지 말라고 목청을 높이면서도 정작 자신은 ‘짝퉁’ 저가상품으로 시장의 룰을 깨고 있다. R&D 투자 없이 모방제품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하려는 것은 그물을 들고 바람을 잡으려 달려드는 것과 진배없다. 베끼지 말고 R&D 파워를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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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덕통상은 청년고용에 열심이다. 현장학습 훈련, 사내 신발대학 정규학위 과정, 일·학습병행제 등을 통해 인재양성에 나서고 있다. 문 대표는 “회사가 청년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으면 청년들은 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이라고 생각해 언제든지 회사를 떠날 마음을 품게 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중소기업 대표들이 사람 구하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임금을 많이 주는 대기업으로만 간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대기업에 비해 임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삼덕통상에 청년인재들이 몰려드는 것을 보면 결코 돈만의 문제가 아니다. 직원들에게 재교육 기회를 주고 전문가로 육성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청년들이 변하기를 기대하기 전에 중소기업 대표들의 마인드가 깨어 있어야 한다.

삼덕통상은 생산량의 80%를 맡았던 개성공단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는 시련을 겪고 있다. 바이어 납기를 채우기 위해 높은 임가공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중국 외주업체를 새로 발굴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벼랑 끝에 내몰려도 ‘신용’만은 버릴 수 없다는 장인정신이 배어 있다.

지난달 아세아제지·신대양제지·태림페이퍼 등 45개 제지회사는 담합 사실이 적발돼 1,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원료구매부터 중간가공·판매단계까지 수년에 걸쳐 007작전을 연상시키는 치밀한 부정을 저질렀다. 내로라하는 제지업체들의 짬짜미 행태에 중소기업계에서도 창피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성토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자기 잇속을 챙겼다.

중소기업들은 ‘보호막 신드롬’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혁신과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 ‘나는 을’이라는 자기비하를 버리고 자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중소기업 책략(策略)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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