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부양책·포퓰리즘에 멍드는 한국경제

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

단기부양 정책 '진통제' 불과

산업 구조조정·노동 개혁 등

기초체력 길러줄 처방 내려야

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


한국 경제는 내수와 수출·투자 부진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하반기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실업자가 쏟아진다. 여기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도 넘어야 할 파고다. 한국 경제는 사면초가다. 정부가 긴급 처방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리스크 관리에 소홀하면서 재정 확대에 따른 단기 경기부양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 지난 1980년대 일본이 경기부양을 위해 과다하게 재정을 확대한 나머지 국가부채가 늘어나고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디플레와 저성장에 빠졌다.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이렇게 시작됐다.

정부는 하반기에 또 재정과 기금을 합쳐 ‘20조원+α’ 규모의 돈을 푸는 경기부양에 나선다. 박근혜 정부 들어 2013년 17조3,000억원, 2015년 11조5,000억원에 이어 세 번째 추경이다.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데 주력함에 따라 국가 및 가계 부채가 사상 최대치로 늘어났다. 단기 경기부양의 결과물인 경제 주체의 부채 증가는 두고두고 재정 지출과 가계 소비를 줄이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다.


정부가 단기 경기부양 수단의 단골 메뉴로 들고 나오는 상반기 재정 집중 집행, 개별소비세 인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도 마찬가지다. 미래에 쓸 돈을 당겨쓰는 것으로 해당 기간이 지나면 재정·소비 절벽이 닥친다. 단기 부양 효과가 떨어지면 경기는 진통제 약효가 떨어진 환자처럼 기력을 잃고 기존의 고통이 계속된다. 한국 경제는 경쟁력 없는 기업과 산업의 구조조정, 잠재성장률 제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 등 체력 강화 정책을 목마르게 기다리는 환자나 다름없다. 병이 더 깊어지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 복지공약을 남발하는 것도 한국 경제를 멍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한국이 보편적 복지로 노령연금과 노인의료비를 감당하다가는 머지않은 장래에 재정 파탄을 맞게 돼 있다. 포퓰리즘 복지를 늘리다 재정 위기에 빠진 그리스·스페인 등의 남유럽 국가, 그리고 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 등의 남미 국가가 반면교사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외치던 북유럽 국가들까지 복지 축소로 돌아섰다. 저성장에 따른 재정난 때문이다. 스웨덴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일괄 지급하던 보편적 기초연금을 저소득층에게만 혜택을 주는 선별적 복지로 전환했다. 덴마크는 2010년 이후 연금 수령시기를 65세에서 67세로 바꿨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대선과 총선에서 선심성 보편적 복지공약으로 표를 사려는 매표 행위가 봇물을 이룰 것이다. 이를 근절할 ‘페이고 원칙’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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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인 포퓰리즘 복지는 ‘반값등록금·청년수당·청년배당’이다. 청년들은 잡은 고기를 나눠주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기술과 일자리를 원한다. 정부는 기술과 직업 교육으로 청년들의 직무 능력을 높이고 근본적으로 일자리를 줘야 한다. 서울시가 청년구직자 3,000명에게 6개월 동안 매월 50만원의 현금을 준다 해서 100만여명에 달하는 청년 실업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청년수당은 또 하나의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 청년들 간에 또 다른 불평등을 야기하고 세금만 축낸다.

나라 살림 운영에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이 아쉽다. 지금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다. 일자리와 새로운 먹거리가 여기에 달렸다. 한국이 신산업 조류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기업이 앞서 나가고 국회와 정부의 뒷받침이 절실한 시점이다. 또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노동 시장의 경직성’은 한국이 존립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다. 국회와 정부는 이와 관련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재정을 효율적으로 투입하면서 당사자인 청년·부자·노사에게 직접 호소해 이들의 양보와 협조를 이끌어내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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