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삼성전자의 타이젠 OS 전략이 진화한다



타이젠은 구글과 애플의 모바일 OS에 대항하기 위해 2012년부터 삼성전자와 인텔 등이 개발하기 시작한 운영체제다. 그러나 타이젠은 이미 구글과 애플이 모바일 OS 시장을 잠식한 상황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포기하지 않고 살리려 하고 있다. 타이젠을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야심 찬 전략이다.




지난해 1월 삼성전자가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 선보인 첫 타이젠 폰 ‘Z1’.지난해 1월 삼성전자가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 선보인 첫 타이젠 폰 ‘Z1’.


지난해 1월 삼성전자는 첫 타이젠 폰인 ‘Z1’을 인도와 방글라데시 시장에 출시했다.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모바일 운영체제(OS) 경쟁에 나서겠다며 내놓은 첫 작품이었다. 하지만 Z1은 신흥시장을 노린 저사양 저가 제품이었다. 삼성전자는 주력 스마트폰 제품에 여전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쓰고 있다.


타이젠은 2012년부터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축이 돼 개발하기 시작한 차세대 OS다. 초기에는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대항할 모바일 OS를 만들겠다는 강한 개발 의욕을 가지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독자적인 모바일 OS ‘바다’가 실패한 후, 2012년부터 인텔, 후지쯔, NTT도코모, 화웨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오렌지텔레콤, 보다폰 등과 함께 타이젠 개발에 나선 상황이었다. 그러나 타이젠 연합의 결속은 곧 느슨해졌다.

강기환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연구원은 말한다. “처음엔 타이젠 연합이 크게 출범했지만, 개발 과정에서 타이젠 연합 내부의 의견 차이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타이젠 폰 개발이 번번이 좌초되면서 관심이 크게 줄었죠. 곧 자체적으로 OS를 개발하겠다는 회원사들이 나왔고, 이들이 탈퇴하자 세력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타이젠 연합의 정식 이사회 멤버는 삼성전자와 인텔, SK텔레콤, LG유플러스 4개사 뿐이다.

업계에서도 타이젠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아 보였다. 타이젠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지난해 구글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11억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모바일 OS시장 81.4%를 점유하는 압도적인 수치였다. 그 뒤를 이어 애플 iOS가 2억 3,150만대(점유율 16.1%)를 기록해 2위를 차지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모바일이 그 다음 3위를 기록했다. 타이젠은 1%에 못 미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한참 떨어지는 4위에 머물렀다.




삼성전자가 ‘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16(CES 2016)’에서 선보인 냉장고와 스마트TV. 두 제품 모두 타이젠을 이용해 사물인터넷 기능을 구현한다.삼성전자가 ‘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16(CES 2016)’에서 선보인 냉장고와 스마트TV. 두 제품 모두 타이젠을 이용해 사물인터넷 기능을 구현한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타이젠의 끈을 놓지 않았다.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자 타이젠을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시작된 IT 업계의 혁신 물결이 모든 전자기기와 생활도구를 연결하는 IoT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삼성전자는 자사 IoT 플랫폼의 구심점 역할을 할 주인공으로 타이젠을 낙점했다.


강기환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연구원은 말한다. “이미 구글과 애플로 양분되어 있는 스마트폰 OS 분야에서 타이젠이 시장을 치고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타이젠을 각종 가전제품에 탑재해 IoT를 구현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전략은 가장 현실적인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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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17일, 삼성전자는 타이젠 개발자 컨퍼런스를 중국 선전에서 개최했다. 이때 공개한 타이젠은 프로그래밍 언어 HTML5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개방형 OS로,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TV 같은 다양한 제품들과 호환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사물인터넷 기기들은 보통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만 호환된다. 삼성전자는 종합 가전 회사이기 때문에, 자사가 생산하는 모든 가전제품에 타이젠 같은 통일된 플랫폼을 적용하면 소비자를 가두는 ‘락인 효과(lock-in effect·새로운 상품이 나와도 전환비용 때문에 기존 상품을 계속 사용하게 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시장과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타이젠의 영향력을 세계 가전제품 시장으로 확대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결국 타이젠의 확대 여부가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 사업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2015년 한 해에만 IoT 개발자 지원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까지 모든 TV를, 2020년까진 모든 제품을 IoT로 연결할 수 있도록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 ‘인포콤 2016(Inf ocomm 2016)’에서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 사이니지를 처음 공개했다.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 ‘인포콤 2016(Inf ocomm 2016)’에서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 사이니지를 처음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16(CES 2016)’에서 사물인터넷 기능을 내장한 스마트TV와 냉장고를 선보였다(두 제품은 모두 타이젠을 이용해 작동시킬 수 있다). 이 밖에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 ‘인포콤 2016(Infocomm 2016)’에서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 사이니지(Signage·포스터, 안내 표시, 간판 같은 기존의 아날로그 광고판을 대신해 디지털 디스플레이어로 각종 정보와 광고를 제공하는 디지털 게시판)를 공개하며 이 분야에 대한 열의를 드러내고 있다.

김석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전무는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 사이니지 제품들은 향후 상업용 사이니지 시장에서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타이젠 운영체제를 스마트 사이니지 제품군에 확대 적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운영 플랫폼을 장악한다는 건 매력적인 유혹일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2012년 첫선을 보인 타이젠을 중심으로 스마트폰·가전·자동차·집을 잇는 ‘스마트홈’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삼성전자가 꿈꾸는 ‘타이젠 시대’가 열릴 수 있을까. 강기환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타이젠 개발 초기에는 모바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됐지만, 지금은 사물인터넷 플랫폼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IoT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여서 가전제품에 강점을 가진 삼성전자가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라 할 수 있죠. 디바이스나 가전제품에 타이젠이 많이 깔리면 타이젠 폰도 덩달아 인기를 끌 수 있습니다.” 타이젠을 이용한 삼선전자의 사물인터넷 분야가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더욱 궁금해진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하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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