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부도덕한 리더를 단죄해야 하는 이유

[FORTUNE'S EXPERT] 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부도덕한 리더는 조직은 물론 사회를 오염시키는 공공의 적이기 때문에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부도덕한 리더는 조직은 물론 사회를 오염시키는 공공의 적이기 때문에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


부도덕한 리더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를 지적하라면 바로 ‘죄의식’이 없다는 점이다. 부도덕한 리더는 보통 무분별한 시도를 겁도 없이 실행한다. 그래서 위험하다. 이토록 위험한 시도는 부도덕한 리더 본인만이 아니라 추종자와 주변인 그리고 나아가 사회에 대한 범죄행위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

우리 사회는 ‘리더십 결핍 증후군’이란 병에 걸렸다. 경제 위기보다 리더십 위기가 더 심각하다. 국민은 아픈데 싸움질만 하는 정치인, 돈 몇 푼에 학자의 양심을 팔아버린 대학 교수, 약자의 대변인이 아니라 강자에 빌붙어 사는 법률 전문가, 나라는 지키지 않고 자신의 주머니만 지킨 군납비리 군인 등등. 우리 사회가 병든 이유는 이렇게 자명하다.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부도덕한 경영자도 한몫 한다. 직원이 죽어라 일해서 번 돈은 자기 돈처럼 빼돌리고 돈이 부족하면 빚을 낸다. 빚 갚기 어려우면 배짱으로 버티고, 버티기 어려우면 직원부터 줄인다. 참 쉽다.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빚을 내기 위해 사업을 하는 형국 같다. 설상가상으로 도둑질을 보고 배운 일부 관리자도 횡령이란 이름으로 부정에 동참한다. 일종의 모방범죄다. 이들에게 죄책감은 애초부터 없었던 모양이다. 시장의 경쟁을 보장해주지 못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 만약 정부가 부도덕한 경영자의 탄생을 방관했거나 빌미를 제공했다면 명백한 공범(共犯)이다. 기업의 부실을 악화시키고 그 책임을 구조조정과 세금으로 대신했기 때문이다. 모두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기업이 어려워진 이유도 이렇게 자명하다.

무능한 경영자는 위험하다. 그렇지만 부도덕한 경영자는 더 위험하다. 무능한 경영자는 직원들의 ‘밥줄’을 위협하지만 부도덕한 경영자는 직원들의 ‘정신줄’을 황폐화시켜 불행한 동반자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도덕한 리더를 단죄(斷罪)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부도덕한 추종자를 복제하기 때문이다. 능력 없는 리더라 할지라도 그의 곁에 능력 있는 부하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부도덕한 리더 곁에는 도덕적인 부하가 생존할 수 없다. 부도덕한 리더는 원초적으로 자신을 위해 무릎을 꿇는 추종자만 좋아하기 때문이다. 도덕적인 추종자의 정의로움과 진정성은 귀찮고 설득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부도덕한 리더 곁에 가까이 갈수록 추종자는 부도덕한 닮은 꼴로 변질되고 만다. 가끔 던져주는 고깃덩어리에 눈물겹게 감동하며 기꺼이 자신의 영혼을 판다. 부도덕한 리더의 독성은 그만큼 치명적이고 비인간적이다.

둘째, 탐욕에는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부도덕한 리더에게 만족은 없다. 탐욕의 만족은 짧고 불만족은 길다. 탐욕은 끝이 없다. 만들지 못하면 빼앗기도 한다.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이려 한다. 이쯤 되면 탐욕을 채우는 방법과 대상은 판단의 대상이 되질 않는다. 그 어떤 법이나 원칙 그리고 양심은 사치에 불과하다. 탐욕의 첫 번째 특징은 ‘닥치는 대로 거둬들이기’다. 부도덕한 리더는 선량한 사람들을 분노와 좌절에 빠지게 만든다. 그래서 나쁜 거다. 두 번째 특징은 ‘중독성’이다. 탐욕은 한번 빠지면 절대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고 시간이 갈수록 중독성은 더 강해진다.


셋째, 부도덕한 리더에게 반성은 없기 때문이다. 부도덕한 리더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를 지적하라면 바로 ‘죄의식’이 없다는 점이다. 부도덕한 리더는 보통 무분별한 시도를 겁도 없이 실행한다. 그래서 위험하다. 이토록 위험한 시도는 부도덕한 리더 본인만이 아니라 추종자와 주변인 그리고 나아가 사회에 대한 범죄행위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 더욱 큰 문제는 부도덕한 리더의 잘못으로 인한 피해를 부도덕한 리더가 가장 늦게 겪게 된다는 것이다. 엉뚱한 피해자를 먼저 만들고 부도덕한 리더 본인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나타난다. 그것도 갑자기 휠체어 타고 법정에 갔다가 죄의식 없이 금방 집으로 돌아온다. 자신이 피해자인양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부도덕은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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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덕한 리더의 치명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하더라도 그 해법을 제시하기란 쉽지 않다. 복잡한 인과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시라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탐욕에서 벗어나 존경 받는 리더로 거듭나고자 하는 부도덕한 리더가 있다면 그들에게 몇 가지 충고를 해주고 싶다.

첫째, 직원에 대한 ‘경외심(敬畏心)’을 가져야 한다. 직원을 함부로 복제된 부도덕한 존재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에 대한 두려움과 공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추종자를 부도덕하게 만들 권리가 리더에겐 없다. 추종자는 리더의 소유물이 아니다. 만약 자신의 추종자를 부도덕으로 오염시켰다면 언젠가 견디기 어려운 그들의 원망과 보복을 감당해낼 각오를 해야 한다. 부도덕한 리더는 자신이 오염시킨 추종자를 쉽게 버리기 때문에 버림받은 추종자는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오염시켰던 가해자로 인한 손실을 회복하기 위한 공격에 집중한다. 만약 그 수가 많다면 부도덕한 리더라 할지라도 견디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먼 훗날 닥쳐올 불행을 최소화하고자 한다면 현재의 추종자에 두려움을 갖고 공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둘째, 탐욕을 절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 식욕과 탐욕의 공통점은 스스로 조절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식욕을 억제하려면 식단을 조절하고 양을 조절해야 한다. 탐욕도 마찬가지다. 부도덕한 선택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탐욕을 시스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먹고 싶은 음식을 닥치는 대로 먹는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탐욕도 마찬가지다. 억제가 안 된다면 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이를 주변인들에게 공표하고 스스로를 통제해야 한다.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인간의 탐욕을 억제하기란 힘든 일이다. 때로는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에 따라 사람도 변하기 마련이다. 주변에서 좋은 사례를 찾고 좋은 시스템을 구축해서 좋은 마음으로 실행하면 반드시 좋은 리더가 된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워도 덜 부도덕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셋째, ‘주는 자(Giver)’가 되어야 한다. 저명한 심리학자인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자신의 저서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를 통해 ‘주는 자’가 성공한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참 맞는 말이다. 이토록 경쟁이 심한 세상에서 ‘빼앗는 자(Taker)’가 아니라 ‘주는 자’가 되어야 성공한다니 의문이 들 만도 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그 이유는 세상 사람들이 예전과 달리 남의 것을 빼앗는 사람을 용서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가만히 앉아서 착취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부도덕한 리더의 특징이 독점과 편법으로 타인의 기회를 빼앗고 이익을 강탈한다는 점에서 부도덕한 리더는 갈수록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운 좋게도 부도덕한 리더가 조금 더 얻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국물도 없다. 특히 자신의 자식에게 부도덕한 리더십을 승계하여 지속적인 탐욕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재산이 아니라 불행을 자식에게 승계해준다고 보면 정확한 판단이다. 즉 본인과 자식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탐욕을 억제해야 한다.

리더십의 다른 표현은 영향력이라고 학계에서는 정의한다.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추종자가 달라지고, 조직이 달라지면 세상이 달라진다. 과거에는 부도덕한 리더가 드러나지도 처벌받지도 않는 세상이었다면 현재는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부도덕한 리더가 드러나고 단죄되는 듯 보인다. 앞으로 세상이 더 투명해지면 부도덕한 리더가 절대로 존재할 수 없게 되리라 믿고 싶다. 지금이라도 부도덕한 리더에게 정신차리라고 충고해주고 싶다.






신제구 교수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겸 국민대학교 리더십과 코칭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국내 주요 기업 등에서 리더십, 팀워크, 조직관리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한국리더십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크레듀 HR연구소장, KB국민은행 연수원 HRD컨설팅 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신제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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