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성동조선 "힘들게 수주땄는데" 늦어지는 RG발급에 '발동동'

채권단 엄격한 심사에 조선사 난항

대형조선사도 이제는 한달 걸려

생존 위한 금융권의 지원 절실





7일 여의도 한국선주협회 에서 열린 해운,조선 상생협력을 위한 관계기관 회의에 참석한 김영무  선주협회 부회장이 윤학배 해수부차관과 악수를 나누고있다./이호재기자.7일 여의도 한국선주협회 에서 열린 해운,조선 상생협력을 위한 관계기관 회의에 참석한 김영무 선주협회 부회장이 윤학배 해수부차관과 악수를 나누고있다./이호재기자.



성동조선해양은 지난달 초 세계 최대 선박박람회인 ‘포시도니아(Posidonia) 2016’에서 세계적 선사인 그리스 차코스사로부터 7만5,000톤급 정유운반선 4척(옵션 2척 포함)을 약 1억7,000만달러에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의 ‘낭보’였다. 이후 성동조선은 선수금을 빨리 받기 위해 2척에 대한 선수급환급보증(RG) 발급을 채권단에 신청했지만 한 달 가까이 심사가 진행되면서 선박 수주에 제동이 걸릴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본지 6월10일자 9면 참조

7일 관련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유례없는 수주가뭄 속에 조선사가 힘겹게 수주에 성공해도 RG을 받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권이 조선사에 대한 여신 리스크를 줄이기에 나서면서 수주에 꼭 필요한 RG까지 규모를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채권단 관리를 받는 중소 조선사들은 RG 발급에 어려움이 크다.

채권단이 추가 부실을 우려해 신규 수주 타당성에 대해 엄격한 관리를 하기 때문이다. 성동조선 채권은행 관계자는 “이번 선박 계약이 원가 검토를 통해 수주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채권단 관리를 받는 조선사들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아예 RG 발급이 무산돼 수주가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SPP조선은 지난해 말 이란 국영선사(IRISL)로부터 10여척의 선박을 수주했지만 끝내 RG 발급을 받지 못해 수주가 취소됐다. SPP조선은 2년 넘게 수주에 실패하면서 올해 말부터 도크가 빌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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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조선사들 역시 RG 발급에 애로를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조차 지난 5월 말 SK E&S로부터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2척에 대한 RG 발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애를 태웠다.

결국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계약 후 20일이 지나서야 각 1척에 대한 RG를 발급해주면서 수주무산 위기를 넘겼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최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회사의 부채비율이 국내 조선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인데도 이렇게 오래 걸리면 수주에 지장이 크다”며 이례적으로 금융권에 직접적인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나마 대우조선해양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신속하게 RG를 발급해주고 있어 형편이 낫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들어 수주한 LNG 2척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2척에 대한 RG를 수주 직후 받았다.

조선업계에서는 어려운 여건에서 겨우 수주에 성공했는데도 금융권이 리스크 축소를 이유로 RG 발급을 늦추는 행태에 불만이 많다. RG 발급이 늦어질수록 발주처로부터 선수금 수령이 지연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금융권이 여신을 줄이면서 현금이 아쉬운 조선사들은 선수금을 하루라도 빨리 받는 게 유리하다.

그러나 금융권의 ‘몸 사리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은행의 경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제공한 RG 한도까지 총 3조원 줄이겠다고 밝힌 상태다. 특히 채권단 관리를 받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중소형 조선사들은 더욱더 RG 받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RG 발급에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발급 시기도 늦어지고 수수료율도 올라가고 있다”며 “RG 발급이 제한돼 하반기 수주에 제동이 걸릴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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