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INTERVIEW ¦ 최영익 동일에이글 대표

"프랑스 감성의 오리지널리티 앞세워<BR>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진수 선보인다"

에이글에서 만든 바람막이 재킷을 입은 최영익 동일에이글 대표.에이글에서 만든 바람막이 재킷을 입은 최영익 동일에이글 대표.


프랑스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브랜드 ‘에이글’이 과거 국내 의류업체와 맺었던 라이선스 계약을 마무리 짓고 한국 시장을 새롭게 공략한다. 에이글은 올해 초 동일그룹과 함께 합작법인 ‘동일에이글’을 설립했다. 에이글만이 지닌 프랑스 감성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동일에이글은 도시 생활에 적합한 세련된 스타일과 아웃도어 활동 시 필요한 기능성을 함께 담고 있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영익 동일에이글 대표를 만나 에이글의 한국 시장 재진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에이글은 160년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브랜드다. 10년 전 영원아웃도어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한국에도 진출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 변화가 생겼다. 에이글이 동일그룹을 새로운 한국 파트너로 정한 것이다. 프랑스 에이글 본사와 동일그룹은 각각 5대5로 출자해 올해 1월 합작법인 동일에이글을 설립했다. 이유가 궁금했다.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동일에이글 본사에서 최영익 대표를 만났다. 편한 차림새였지만 멋스러움이 묻어났다. “에이글 옷이에요. 캐주얼하죠?” 활달하게 웃으며 최 대표가 말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에이글이 동일그룹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그가 설명한다. “프랑스 에이글의 모기업인 모스그룹은 의류 브랜드 라코스테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라코스테의 한국 판매권을 동일그룹이 가지고 있어요. 모스그룹은 동일그룹이 한국에서 라코스테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에이글도 동일그룹에서 운영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그래서 영원아웃도어와의 계약 만료 시점에 동일그룹을 에이글의 새로운 파트너로 선택한 겁니다.”

최영익 대표는 패션 마케팅 전문가다. 삼성그룹 공채 출신인 그는 신세계백화점 해외사업부로 발령받은 뒤 다양한 해외 패션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했다. 이탈리아 브랜드 아르마니를 한국에 론칭한 게 대표적이다. 이후 동화면세점으로 자리를 옮겨 MD 사업부 총괄 매니저를 지냈다. 2006년 다시 신세계인터내셔날로 옮겨 갭, 바나나리퍼블릭, 샌 존,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같은 브랜드를 키웠다. 지난해 동일에이글 부사장으로 영입된 그는 올해 3월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동일에이글은 프랑스 에이글이 지닌 오리지널리티를 국내 소비자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에이글은 도시 생활에 적합한 스타일에 방수, 방풍, 통풍 기능까지 갖춘 옷을 만든다. 톤 다운된 색상과 단순하지만 멋스러운 스타일이 특징이다. 최 대표가 쉽게 설명했다. “에이글은 문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을 아웃도어라 정의하고 있어요. 에이글 옷을 입고 한강변이나 산에서 트레킹을 즐기다가 압구정동 가로수길을 걸어도 전혀 촌스럽거나 어색하지 않아요. 제품을 직접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선보였던 에이글 제품은 국내 업체가 디자인하고 생산한 것이었다(에이글을 대표하는 고무로 만든 방수 부츠만 직수입 제품이었다). 올해부터는 프랑스에서 모든 제품을 수입해 판매한다. 동일에이글은 한국에서 기획한 제품도 일부 내놓을 계획이다. 이 경우 한국에서 기획한 제품 디자인을 프랑스 본사로 보내 검토 과정을 거친다. 이후 생산 여부가 결정되면 프랑스 본사가 직접 만들어 한국 시장으로 보낸다. 동일에이글은 판매 제품 구성도 프랑스 에이글 본사와 동일하게 바꿨다. 최 대표가 말한다. “전체 제품 중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한 트래블(Travel) 라인을 80% 비율로 늘리고, 기능성을 더욱 강화한 트렉(Trek) 라인은 20%로 비중을 낮춰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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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라이선스로 국내에서 생산된 에이글 제품은 기능성을 강조한 아웃도어 의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에이글 본사가 한국 파트너를 바꾼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류업계는 지난해 국내 스포츠 의류 시장 규모를 12조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아웃도어 의류가 7조 원을 차지한다. 하지만 의류업계에서는 1~2년 내 아웃도어 의류 시장이 5조 원 규모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대표가 말한다. “대신 라이프스타일 의류가 성장할 것이라는 데 의류업계가 공감하고 있어요. 그래서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제품과 브랜드 콘셉트를 조금씩 바꾸고 있습니다. 에이글은 변화하고 있는 한국 아웃도어 의류 시장에 아주 적합한 브랜드입니다. 원래 브랜드 콘셉트가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니까요.”

동일에이글은 핵심 고객층 연령을 35~45세로 잡고 있다. 최 대표가 말한다. “우리는 너무 낮은 연령대까지 커버하지는 않을 겁니다. 멋스러운 옷을 입고 여행을 가고, 산에 가서 자연을 즐기는 건 10~20대에게는 와 닿지 않는 일이에요. 저는 사실 40대 고객 비중이 더 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구매력도 높죠.”

동일에이글은 2020년까지 매출액 1,5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유통망 확충에 힘을 쓰고 있다. 과거 영원아웃도어는 에이글 매장을 92곳 정도 운영했다. 동일에이글은 영원아웃도어에서 운영하던 매장과 재고를 넘겨받지 않고 ‘제로’에서 새로 시작했다. 동일에이글은 올해 3월 중순 이후부터 유통망을 열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전국에 있는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에 21개 매장을 열었다. 최 대표가 말한다. “2개월 조금 넘는 기간에 백화점에 매장을 21개나 낸 것은 놀라운 일이에요. 새로 시작하는 에이글의 브랜드 방향성에 대해 백화점에서도 동의했다는 뜻이죠. 동일그룹이 라코스테를 성공시킨 선례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백화점을 중심으로 올해까지 모두 31개 매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 대표는 에이글을 한국인이 사랑하는 장수 브랜드로 키우려고 한다. 한국 소비자들은 까다로운 취향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가 지닌 철학을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최 대표가 말한다.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것은 자식을 키우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애정을 쏟고 투자해야 하죠. 에이글은 이제 다시 시작하는 만큼 고객들에게 어떤 새로운 혜택과 색다른 경험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사업을 하려면 인내가 필요해요. 이런 노력을 지속적으로 했을 때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하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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