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남중국해 중재 판결 앞두고...中, 美에 어퍼컷

中 왕이, 케리 美국무에 “영토 갈등 문제에 어떤 편도 들지말라” 경고

“중재안은 소란스러운 연극일뿐

중국 해양권익 끝까지 수호할것”

시진핑, 다이빙궈도 공격발언 가세

하이난섬 일대서 대규모 군사훈련

무력시위 고조...“군사 대립 불사”



오는 12일 발표될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분쟁 관련 판결을 앞두고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특히 중국은 PCA 판결 결과가 자국에 불리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교수장이 미국을 향해 직설적인 경고성 발언을 내놓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미중 간 파열음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전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영토갈등 문제에서 어떤 편을 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중국의 주권과 안전을 훼손하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지난 2013년 중국이 스카버러암초(중국명 황옌다오)의 영유권을 주장하자 이는 유엔해양법협약 위반이라면 PCA에 소송을 냈으며 PCA는 3년여 만인 12일 판결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날 왕 부장은 작심한 듯 험한 표현까지 써가며 미국을 몰아세웠다. 왕 부장은 남중국해 중재안이 ‘소란스러운 연극’에 불과하며 절차와 법률, 증거적용 측면에서 ‘허점투성이’인 남중국해 중재 판결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중국은 영토주권과 정당한 해양권익을 단호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PCA의 판결 이후 이를 근거로 남중국해 영유권 이슈에 개입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며 만일의 경우 물리적 충돌까지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중재법정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관할권이 없다”면서 “법률과 사실을 무시한 판결은 당연히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의 이 같은 언급에 케리 장관은 “이번 중재법정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며 관련국이 자제를 유지하기 바란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PCA 판결일이 임박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주요 정치인사들의 경고성 발언의 수위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달 1일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창립 95주년 기념행사에서 “중국이 핵심 이해사안을 양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며 미국과 일본 등 국제사회를 향해 남중국해 이슈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후진타오 정부에서 중국 외교사령탑을 맡았던 다이빙궈 전 국무위원은 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남중국해 문제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 “중재 결과는 휴지 한 장에 불과하다”면서 “미국이 10개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남중국해에 발진시켜도 중국인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중국 매체들도 시진핑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며 군사적 대립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관영 영문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사설에서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에 무력으로 개입한다면 미국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비용을 쓰도록 해야 한다”며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대립 상황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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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최근 공산당 이론지 ‘추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번 분쟁재판을 담당할 PCA 재판관 다수를 일본인 야나이 슌지 전 국제해양법재판소 소장이 임명했다면서 “의도적으로 중국의 입장에 반대하는 인물들을 재판관으로 선임해 진행한 재판은 객관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은 PCA 판결을 일주일 앞둔 5일부터 11일까지 하이난 섬을 포함해 영유권 분쟁도서인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와 남중국해 해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에 들어갔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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