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 인왕산 구간을 오르다 보면 성곽 밖으로 기괴한 바위가 보인다. 모습은 장삼을 입은 스님이다. 그래서 불교풍으로 ‘선바위(禪巖)’라고 부른다. 태조 이성계의 스승인 무학대사가 여기서 천일기도를 수행했다고 한다. 무학대사와 정도전이 선바위 위치로 논쟁한 것은 더 유명하다. 무학대사는 이 선바위를 도성 안에, 반대로 정도전은 밖에 두려 했다. 불교에 대한 입장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성계의 결단으로 성곽은 선바위 안쪽에 건설됐고 지금의 모습으로 남았다. 무학대사는 “이제 중들은 선비 책 보따리나 짊어지고 다니는 신세”라고 한탄했다고 한다. 이른바 ‘숭유억불(崇儒抑佛)’ 체제다. 지금도 선바위 주위에서는 불교가 무속과 결합한 기원행위를 많이 볼 수 있다. /글·사진=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