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서별관회의 회의록 작성 검토

대우조선 부실지원 비판에

정부, 간단한 요지 수준 추진

野는 "자세한 속기록" 요구

부처간 소통기구 장점 불구

"책임·투명성 높여야" 지적

청와대 서별관 회의가 대우조선해양 부실지원 논쟁을 계기로 ‘밀실합의’라는 비판이 일자 정부가 회의록 작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구상하는 회의록은 간단한 요지 수준인 데 비해 야당은 구체적인 발언 내용 공개를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10일 “서별관 회의를 주재하는 기획재정부와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공공기록물에 관한 법률을 토대로 회의록 마련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움직임은 야당의 서별관 회의 공개 요구에 따른 것이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별관 회의를 포함한 정부 위원회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회의록 등 활동 내역서를 해당 기관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한 공공기관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금융개혁을 논의하며 시작한 서별관 회의는 청와대 서쪽인 영빈관 옆 한옥 형태의 안전가옥에서 열리는 회의다. 출입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김대중정부의 대기업 빅딜, 노무현정부의 부동산 규제, 이명박정부의 금융위기 대응 등 민감한 현안을 다뤘다. 박근혜정부에서도 동양 사태와 부실 대기업 처리를 비롯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세제혜택 부여 등 정부 부처 간 세부 정책 조율도 이뤄졌다.


김영삼정부부터 비공개에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고 하던 정부가 물러선 것은 홍익표 더민주 의원이 지난해 10월 22일 서별관 회의 안건인 ‘대우조선 정상화 지원방안’ 문건을 공개하면서다. 이 문건은 법정관리 선택 시 수출입은행의 건전성이 추락하므로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긴급 지원하고 이와 관련한 행위는 면책해준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한 주 뒤 산업은행은 이 문건 내용대로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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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재부가 검토하는 서별관 회의록은 야당에서 요구하는 수준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록물관리법은 발언 요지만 적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의 참석자가 발언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속기록’은 국회 정도만 공개하고 있으며 각 정부 부처나 국무회의는 간단한 발언 요지만 공개한다. 처음 기록물관리법이 제정되던 1999년에는 발언 내용을 적게 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1년 만에 안건과 논의결과만 적도록 바뀌었다.

정부는 자세한 속기록을 남기게 되면 서별관 회의의 의미가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정부 관계자는 “서별관 회의는 각 부처의 수장이 수행원 없이 단독으로 만나기 때문에 대기업 구조조정 등 이해관계가 엇갈린 문제를 기관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적 공방으로 남용하지 못하도록 시차를 두더라도 정책 판단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속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도 비공개 회의라도 속기록을 남기도록 하고 있다.

정부 부처 간 자유로운 의사소통 기구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비공개로 일관하는 회의방식에 비판이 커지면서 당분간 서별관 회의도 전면 중단됐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당분간 서별관 회의는 없을 것”이라면서 “경제관계회의나 민간합동회의의 비공개 티타임 등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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