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통계의 비정상의 정상화

유경준 통계청장

유경준 통계청장유경준 통계청장


우리나라 통계청은 주요 국가 통계를 직접 생산하면서 여러 통계작성기관에서 작성하는 통계의 중복생산방지와 신뢰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 각국의 통계제도는 국가정책에 필요한 대부분의 통계를 통계청이 직접 생산·제공하는 집중형과 주요통계는 통계청이 하지만 각 기관의 고유업무수행을 위한 통계는 개별기관 책임아래 작성하는 분산형으로 분류된다. 집중형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에는 캐나다, 스웨덴, 네덜란드, 호주 등이 있으며, 한국, 미국, 일본, 영국 등은 분산형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분산형 제도를 운영 중인 국가라도 통계의 중복생산 방지 및 품질관리를 위해 통계조정업무를 통계청이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집중형을 가미한 분산형 통계제도’라 부른다. 최근 들어 이 통계조정의 기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해 잘못된 통계의 확산이 쉬워지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빅데이터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통계의 오남용 문제의 해결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입장에서 볼 때, 통계의 오남용 사례와 소위 기본도 갖추지 못한 통계들이 부지기수다. 이는 유명한 통계관련 격언들에도 잘 나타나 있다.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거짓말쟁이들은 숫자를 이용할 궁리를 한다’ ‘통계로 무엇이든지 증명할 수 있다, 따라서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 ‘빅데이터는 더 많은 정보를 뜻할 수 있지만 더 잘못된 정보를 뜻하기도 한다’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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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상에 ‘헬조선 OECD 50관왕’이라 하여 우리나라가 OECD(국제개발협력기구)에서 자살률, 청소년 흡연율, 최저임금, 이혼율, 노령화 지수, 낙태율, 가계부채 등 50개 항목이 나쁜 쪽으로 1등이라는 이야기가 유행한 적이 있다. 통계청에서 확인한 결과 10여개는 실제로 부정적인 면에서 1위였지만, 나머지들은 사실이 아니었다. 사실이 아닌 항목들은 인위적으로 끼워 맞추거나 누군가가 의도를 가지고 왜곡한 사례로 판단된다.

통계청은 통계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오고 있다. 정부의 ‘비정상의 정상화 100대 핵심과제’에 포함된 “협업을 통한 국가통계품질 관리 강화”를 목표로 통계청은 2019년까지 연차적으로 약 500종의 주요 국가통계에 대해 통계작성 전 과정의 세부 작성방법과 기준, 품질 정보를 수록한 ‘통계정보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 보고서를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 각 통계작성 기관에게는 ‘통계생산자 표준편람’으로 활용케 하고, 통계 이용자를 위해서는 ‘통계이용자용 가이드북’으로 재구성해 서비스할 계획이다.

통계청은 향후에도 400여 곳의 통계작성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통계 품질과 생산역량을 제고하고 국민의 통계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한편 각 부처가 통계작성기준이나 적정 표본 규모 등과 맞지 않는 통계를 국제기관에 보내 우리나라의 통계가 해외에 잘못 소개되고 통계의 국제비교에 오남용되는 사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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