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썸타는 만남] ‘댄스올린’으로 전세계 유투버 홀린 제니 윤

바이올린과 춤의 절묘한 만남 '댄스올린'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 구독자 6만명 가까이 늘어

최종 꿈은 '음악을 즐길 줄 아는' 꿈나무 키우는 것

유투브 영상에 한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클래식 바이올린. 영상 속 여성은 바이올린을 켜는 동시에 상큼한 걸그룹 댄스를 추면서 보는 이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인기 걸그룹 노래부터 동요까지 어떤 장르가 주어지든 다양한 바이올린 선율을 현란한 댄스와 함께 선보이는 능력자다. 바이올린과 댄스의 결합, 어색할 것만 같은 이 둘의 조합은 ‘댄스올린(Dance+Olin, 댄스와 바이올린을 합쳐서 만든 신조어)’이란 장르로 젊은 층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인기 걸그룹 ‘트와이스’의 ‘치얼 업(Cheer Up)’ 리메이크 영상으로 유투브 조회 수 40만건을 기록해 세계인을 매료시킨 크리에이터(직접 콘텐츠 아이디어를 갖고 제작까지 진행하는 사람) ‘제니 윤(Jenny Yun)’ 윤은경(25·사진) 씨가 있다.

크리에이터 ‘제니 윤’윤은경씨가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니윤’ 윤은경크리에이터 ‘제니 윤’윤은경씨가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니윤’ 윤은경


윤씨는 클래식 바이올린을 전공한 평범한 음대생이었다. 지난 2012년 유투브 채널을 개설한 것도 지인들과 연주 장면을 공유하려는 목적에서였다. 윤씨는 “바이올린 연주를 촬영하고 가족·지인들과 공유하는 것이 취미였다”고 말한다.


윤씨가 ‘댄스올린’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같이 교회에 다니던 지인들과 취미로 댄스 연습을 했는데, 그 율동에 바이올린 연주를 곁들이면 재밌는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당시 유행하던 걸그룹 ‘여자친구’의 ‘시간을 달려서’라는 곡을 바이올린 연주와 춤으로 구성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댄스올린’에 발을 내딛게 됐다.

윤씨는 “처음에 춤과 바이올린 음악을 융합한 콘텐츠를 만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춤을 추면서 어떻게 바이올린을 켜느냐’며 만류했다”며 “좋아하는 것을 시도해 보자는 생각에 교회 동생들과 주말에 모여서 연습한 후 영상을 찍어 올렸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다”고 회고했다.

윤씨가 ‘크리에이터’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MCN(멀티컨텐츠네트워크) 업체인 ‘트레져헌터’와 계약을 맺고 난 후다. “유투브 플랫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 여러 콘퍼런스를 찾아다녔는데 그 곳에서 강의를 하는 ‘트레져헌터’ 대표를 만나게 됐어요. 지난해 10월 계약 후 본격적으로 크리에이터로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제게 부족한 게 너무 많아 부끄러웠지요.”

그는 ‘트레져헌터’와의 계약을 통해 자신의 채널에서 부족한 점을 조금씩 개선해 기존에 7,000~8,000명 선이었던 구독자 수를 6만명 가까이 늘릴 수 있었다.

유명 MCN 업체와 계약을 하고 콘텐츠를 사랑해주는 구독자 수도 증가했지만 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독자들이 ‘음악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신의 연주를 통해서 힘을 얻었다’는 반응을 보여줄 때마다 고민의 색은 더욱 짙어졌다.


윤씨는 “주위에서 용기를 많이 주는 편”이라며 “곡을 표현하는 내가 좋아하고 즐거워해야 독자들에게도 그 에너지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다고 믿어 ‘확’ 끌리지 않는 곡은 정하지 않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어렸을 때부터 춤을 좋아했지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고 한다. 더욱이 바이올린과 춤을 병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대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댄스 아카데미를 찾아 나섰다. 음악을 듣자마자 해보고 싶었던 ‘Cheer Up’ 때문이었다. 윤씨는 “무작정 댄스 아카데미 게시판에 같이 협업해서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올렸는데, 다행히 그쪽에서 연락이 와서 같이 할 수 있었다”며 “처음에는 아카데미에 있는 친구들을 보고 주눅이 들었지만 반복을 거듭해 ‘예쁜’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높아진 인기 덕분에 윤씨에게 공연을 의뢰하는 곳까지 생겼다. 완성도 높은 공연을 위해 ‘제니 윤과 토마토’라는 공연팀도 따로 만들었다. 세션과 안무로 구성된 공연팀은 윤씨와 함께 지난달 29일 경기도 수원의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매달 마지막 주 삼성 임직원들을 위해 회사 측이 마련한 ‘수요일 런치 콘서트’에 초대된 것. 직장인을 상대로 공연하는 것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지만 열광적인 반응 덕에 긴장하지 않고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고 한다.

윤씨는 “삼성 측에서 들으니 다른 공연을 했을 때는 금방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지루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희 공연에서는 한 사람도 자리를 뜨지 않고 공연이 끝날 때까지 환호를 보냈다고 한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소통하는 느낌이 전혀 달라 신기했는데, 앞으로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진다면 어느 곳이든 다니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국내외 팬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윤씨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며 겸손해한다. 그는 “미국에서 ‘댄스올린’을 먼저 시작한 유투버 ‘린지스털링’과 같은 대중적인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채널을 개설한 지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배울 것이 많다”고 말했다.

화려하게 비상하는 윤씨의 꿈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과 같은 ‘음악 꿈나무’를 많이 키우고 싶다고 말한다.

“저는 고등학교 때 처음 바이올린을 전공하려고 마음을 먹었어요. 많이 늦었죠. 늦게 결심한 만큼 다른 학생들을 따라잡기 위해 오로지 연습에만 매달렸어요. 재미보단 오직 남들보다 잘하기 위해서였죠. 그러다 문득 ‘댄스올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음악을 하는 아이들이 저처럼 누구를 이기기 위한 음악보다 흥겹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 공연과 영상을 보고 그렇게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친구들이 늘었으면 해요. 음악은 원래 재밌자고 하는 거잖아요.”

해맑은 그녀의 웃음소리가 그녀의 흥겨운 바이올린 선율과 함께 환하게 빛났다.

/이종호기자 김영준인턴기자 phillies@sedaily.com

‘댄스 올린’ 제니윤의 유투브 채널 바로가기!!

이종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