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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투자 매력이 떨어진 유럽 은행주

오승훈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마켓전략실장오승훈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마켓전략실장


주요국 증시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분위기지만 반등에서 소외된 업종이 있다. 바로 유럽의 은행주다. 예상 밖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 유로스탁스(Eurostoxx) 은행업종 지수는 23% 급락했다. 최근 반등 국면에서 소폭 상승했지만 급락분을 만회하지는 못했다.

유럽 은행주는 이미 충분히 하락했다. 은행의 주당 자산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주가유형순자산비율로 살펴보면 도이체방크는 0.34배, 우니크레딧은 0.24배, 코메르츠방크는 0.23배 수준이다. 이들의 주가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보다 낮아졌다. 낮은 주가에도 유럽 은행주를 바라보는 투자자의 시각은 아직 차갑다. 수익성이 지속해서 나빠진데다 자산 가치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부실 문제 등 금융 부문의 전염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유럽 은행주의 주가 회복 여부는 브렉시트 충격을 완전히 벗어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유럽 은행주의 구조적 부진에는 2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거래 위축이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은 서유럽 지역 우량 은행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초단기 예금(약 8,000억달러)에 -0.4%의 금리가 매겨져 있는데 주로 여유 자금이 풍부한 서유럽 은행의 보유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국채를 중심으로 마이너스 금리에 진입한 채권 자산이 늘어나면서 이자율 파생시장의 거래량이 심하게 줄어든 반면 비용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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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자본 건전성, 위험자산 관련 규제가 유럽 은행의 영업 환경을 위축시키고 있다. 규제 강화는 통화정책을 통한 확산 효과를 제한한다. ECB가 강력한 통화부양 정책을 펼치면서 유동성이 늘어났지만 감독기관의 규제도 강화되면서 은행은 위험자산에 대한 노출을 늘리지 못했다.

이 같은 구조적 부진 요인이 해결되기 전에는 주가의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브렉시트 이후 진행되고 있는 주요국 정책 공조에서 구조적 부진을 해소할만한 방안이 나오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 나타난 정책 공조는 긴급 유동성 공급을 통해 단기금융시장과 신용위험을 미리 관리하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유럽 은행의 구조적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 은행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기 위해 야심 차게 도입했던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의 2단계(마이너스 대출 금리 적용)의 은행 참여도 예상보다 부진했다. 결론적으로 은행의 수익성 악화와 규제 강화에 따른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이 나오지 않는 한 유럽 은행에 대해 긍정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

오승훈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마켓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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