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인프라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를 발족했다. 하지만 사업 수주의 주요 창구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직을 사실상 프랑스에 내주고 국장급 자리도 장담할 수 없게 되면서 컨트롤타워는 출범과 동시에 빛이 바래게 됐다.
11일 기획재정부는 “기업의 해외 인프라 진출을 지원하는 컨트롤타워 격인 ‘해외 인프라 수주·투자 지원센터가 정식 출범한다”고 밝혔다. 2014년 1월부터 운영 중인 ‘해외건설·플랜트 정책금융 지원센터’를 확대·개편하는 방식이다. 기존 센터는 주로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수주 관련 금융상담 업무를 했다. 이외에 수주 동향 및 입찰정보, AIIB 입찰 소식, 이란 진출 정보 등을 제공했다.
이번에 발족하는 센터는 보다 체계적인 지원을 한다. 통합 정보 플랫폼을 구축해 AII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다자간개발은행(MDB)의 입찰 관련 정책, 수주 가이드라인, 인력채용 등의 정보를 기업에 제공하고 MDB 사업 관련 설명회를 개최한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손을 잡고 해외에 진출할 수 있게 ‘동반 해외 진출’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사업 및 금융자문도 강화한다. 아울러 정상외교에서 성과를 거둔 사업과 관련된 사안들을 기업과 논의하기 위한 창구로도 활용한다. 조직은 수출입은행·산업은행·무역보험공사·건설공제조합·서울보증보험·해외건설협회·플랜트산업협회 등 7개 기관에서 23명이 파견돼 운영된다. 센터장은 수은에서 파견된 직원이 맡는다.
기재부 관계자는 “센터 인력 보강 및 업무 확대로 우리 기업을 위한 보다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기업들의 아시아 인프라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관련 공공기관·민간부문과 함께 긴밀히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같이 센터가 힘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AIIB의 인프라 사업을 수주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AIIB 부총재직이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서별관회의 파문으로 사실상 프랑스로 넘어가 조직 내 한국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AIIB는 국장 자리도 철저히 성과 위주로 선정하겠다고 밝혀 한국인이 국장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또 AIIB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이 한반도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두고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문제다. AIIB는 주요 결정 사안의 경우 전체 투표권의 75% 이상이 동의해야 가결하는 ‘최대 다수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의 투표권은 29.9%로 중국이 반대하면 안건은 부결된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의 일환으로 AIIB를 통한 한국의 사업 수주를 제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