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썸타는 영화&경제] (33) ‘봉이 김선달’과 창조경제의 허실

요조숙녀의 모습으로 사기행각에 나선 봉이 김선달. 그는 변장의 귀재다.  /출처=네이버영화요조숙녀의 모습으로 사기행각에 나선 봉이 김선달. 그는 변장의 귀재다. /출처=네이버영화


“일은 어떻게 해야 된다고?”, “즐기면서!”

영화 ‘봉이 김선달’에서 사기꾼 김선달(유승호)의 물음에 꼬마 사기꾼 견이(시우민)는 주저없이 답한다.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에 끌려가 전쟁터에서 죽다 산 김선달은 그곳에서 만난 천부적인 사기꾼 보원(고창석)과 더불어 중대 결심을 한다. “어차피 덤으로 얻은 인생…” 한바탕 사기나 치며 신명나게 살아보기로.

닭을 봉으로 속여 팔고 있는 김선달.   /출처=네이버영화닭을 봉으로 속여 팔고 있는 김선달. /출처=네이버영화


#전국을 무대로 사기행각

천재적 지략에 환상의 파트너까지 갖춘 ‘봉이 김선달’의 사기는 현란하다. 경상도에서는 스님으로 위장해 양반집에 경주 첨성대를 1만냥에 팔고, 전라도에서는 요조숙녀로 변장해 나주의 거상을 상대로 2만냥의 혼인빙자 사기를 친다. 충청도에서는 임금이 묵고 있는 온양별궁에 들어가 3만냥 상당의 금괴를 탈취하기까지 한다. 급기야 당대 최고 권력가이자 탐욕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성대련(조재현)을 상대로 대동강을 파는 희대의 사기를 감행하는데….

영화는 이렇듯 김선달을 양반층과 부유층, 권력자를 골탕 먹이는 소외계층의 벗으로 미화시킨다. 하지만 김선달은 남을 속여 제 잇속을 채우는 사기꾼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다만 김선달의 사기엔 치밀한 지략과 창의적인 발상이 숨어 있다. 창조경제의 일면을 떠오르게 하는 부분이다.

봉이의 파트너인 보원(왼쪽)도 타고난 사기꾼이다. /출처=네이버영화봉이의 파트너인 보원(왼쪽)도 타고난 사기꾼이다. /출처=네이버영화


#창조경제 요체는 융복합


창조경제란 창의적 발상과 행동으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요체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창조경제 시대에는 지식과 창조성에 의한 부의 창출이 경제성장의 원천”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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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창의력을 요체로 한 창조경제가 정부 주도로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창의성을 경제의 핵심 가치로 두고,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창조경제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우선 창조경제라는 말 자체가 영국 등 해외에서 유행했던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정책이라는 일각의 지적이 있다. 융복합 정책에 대해서도 이전 정부부터 추진해온 것이라 이름만 ‘창조경제’로 바꾼 정치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동안의 창조경제 성과가 뚜렷하기만 하다면 이 모든 비판을 쉽사리 잠재울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정부는 아직 창조경제 정책과 관련해서 이렇다 할 자랑거리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다림과 참여가 필요하다. 창의력의 가시적 성과라는 것이 누구 혼자의 힘으로 하루아침에 뚝딱 이뤄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임금행세를 하는 김선달. 그는 아무리 미화해도 사기꾼일 뿐이다. /출처=네이버영화임금행세를 하는 김선달. 그는 아무리 미화해도 사기꾼일 뿐이다. /출처=네이버영화


#“일은 어떻게? 즐기면서!”

영화 ‘봉이 김선달’은 조선시대의 구전설화를 바탕으로 삼았으나 설화와는 다른 점이 있다. 김선달이 ‘봉이’로 불린 사연부터가 그렇다. 영화는 닭을 봉(鳳)으로 치장해서 파는 단순 사기로 그렸지만, 설화에서는 장사치의 탐욕을 자극해 닭을 봉으로 팔게끔 만들었다가 장사치를 사기꾼으로 몰아 되레 큰돈을 물리게 만드는 식의 복합 사기다. 대동강 물을 파는 것 또한 영화와 설화의 스토리가 상이하다. 다만 대동강물 사기극 과정에서 김선달의 뛰어난 통찰력과 치밀한 계획이 빛났고, 과감한 실행력이 뒤따랐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은 영화와 설화가 일치하는 부분이다.

사기꾼에 불과한 김선달이지만, 그는 자본을 창의적으로 투자할 줄 알았고 생각이 독창적이었다. 창조경제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존 호킨스가 “창조경제란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경제적 자본과 상품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김선달의 모습이 이와 유사하다.

한국은 창조경제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러려면 삶의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영화에서 김선달이 말했듯이 “일은 어떻게?, 즐기면서!”라는 쪽으로 생각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무에서 무한대 가치의 산업생태계를 창조한 애플도, SNS의 절대강자인 페이스북도 독창적 아이디어와 과단성 있는 실행이 있었기에 성공이 가능했다.

김선달은 견이(왼쪽)에게 “일은 즐기면서 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출처=네이버영화김선달은 견이(왼쪽)에게 “일은 즐기면서 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출처=네이버영화


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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