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중국, 경제보복 시작했다



“생각지도 않고 있습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발표 후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에 대한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의 대답이다. 급박한 상황에 안이한 태도를 넘어 김 대사의 발언은 위험하다. 그의 말은 사드에 대한 중국의 대응을 예단하고 있다. 아직 중국은 어떤 카드도 꺼내지 않았다.


경제 수장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술 더 뜬다. 중국이 정치와 경제는 분리할 것으로 예측한다는 그의 말에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기업인들은 입을 모은다.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닐까. 아니 생각이 없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극단적인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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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만난 중국 관영매체의 한국 특파원은 사드 배치를 한국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1년이 넘게 시간만 끌었을 뿐 중국을 이해시킬 수 있는 논리는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전략적 그림을 그리기보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일련의 행동에 마치 화풀이하듯 사드 배치가 결정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일까.

일은 저질렀다. 사드가 필요하다, 필요하지 않다는 소모적 논쟁은 이미 벌어진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이 안보라는 국익을 들어 사드를 반대한다면 우리에게도 안보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국익이다. 남은 것은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달렸다.

한중 관계는 불평등하다는 점부터 인정해야 한다. 특히 경제 측면에서는 안타깝게도 중국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사드에 대한 대응도 중국이 10개의 카드를 쥐고 있다면 우리는 1개의 카드라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주요2개국(G2)인 중국이 과거 마늘 파동과 같이 속 좁은 대응을 하겠느냐고 하지만 달라진 한중 경제 환경은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경제보복을 불러올 수 있다. 한국 수출품에 대한 중국의 반덤핑 조치는 지난 2000~2008년 46건에서 2009~2015년 8건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위생 및 검역을 통과하지 못한 건수는 249건에서 887건으로 4배나 증가했다. 기술장벽에 부딪혀 수출에 실패한 사례도 507건에서 681건으로 늘었다. 2013~2015년 3년 동안 중국이 통관을 거부한 499건 중 가공식품이 346건에 달한다. 사드가 아니더라도 중국의 무역 견제는 이미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사드로 인한 경제보복을 중국 의존도를 완화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에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도 말한다. 교묘한 합리화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한중 경제 관계는 중국의 변화에 맞춰 재정리돼야 한다. ‘적당한 가격에 한국산이라는 브랜드만 붙여 중국에 팔면 되겠지’ 하는 수출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중국의 급성장에 맞춰 우리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 한일 무역적자 구조를 짚어보자. 한일 수교 이후 지난해까지의 무역적자는 5,164억달러로 매년 103억달러의 적자를 봤다. 한일 관계가 악화하더라도 우리의 산업 구조는 일본산 부품을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한중 무역 구조를 한일 무역 구조처럼 만들 수는 없을까. 우리가 ‘갑’이 되는 한중 무역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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