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슈&워치] 勞 협조·오너의 결단·전문 경영인 영입해 재기 성공...구조조정, 중소·중견기업에서 배워라

웅진 등 투자자·직원 배려...신뢰로 위기 조기 극복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의 최대 화두는 구조조정이다. 기업이 구조조정에 돌입하면 대체로 불필요 자산 매각과 인력 감원을 통해 회사의 재무제표부터 보기 좋게 만들고 채권자나 투자자들의 피해대책보다는 기업의 회생에만 집중해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혹독한 구조조정 속에서 재기에 성공한 중소·중견기업들을 보면 평상시 쌓아온 직원들과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노조의 협조를 얻어내고 회사의 성장을 위해 그동안 도움을 줬던 외부 이해관계자들을 배려하는 경우가 많다. 또 오너의 결단과 실력 있는 전문가 영입으로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했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9월 계열사인 극동건설의 채무보증과 태양광 사업의 불황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웅진그룹은 법정관리 채무를 당초 계획보다 6년 앞당겨 변제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웅진이 법정관리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웅진북클럽과 화장품 릴리에뜨 등 신사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배경에는 진정성 있게 투자자와 채권자들 그리고 직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기업의 부실에 대해 말로만 사죄하고 회사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여느 기업들과는 달랐다. 실제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계열사였던 서울저축은행의 도산을 막기 위해 개인 자산을 모두 출연했고 자녀들의 보유주식까지 팔았다. 법정관리 당시에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던 주력 계열사들도 과감하게 매각해 채권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직원들에 대한 낮은 자세도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몫했다. 법정관리 과정에서 웅진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설정했는데 법정관리 신청을 한 뒤 1년간 직원들의 퇴직률은 15.8%에 불과했다. 업계 평균 퇴직률이 16.9%인 것과 비교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의 퇴직률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웅진그룹의 한 관계자는 “운전기사가 실수로 뜨거운 커피를 윤 회장에게 쏟았는데 윤 회장은 오히려 운전기사에게 ‘너무 놀랐지?’라고 물어보며 부하 직원을 보듬었던 일화는 회사 내에서도 유명하다”며 “이러한 윤 회장의 자세가 위기 상황에서도 능력 있는 직원들의 이직을 막았고 한 임원은 집을 담보로 잡아 영업직원들의 영업비를 채워주는 등 사내 임직원들의 애사심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유압 브레이커(암반 분쇄기)를 생산하는 수산중공업 역시 2008년 키코(환 헤지 파생금융상품) 사태로 회사의 존립을 걱정해야 했지만 노조와 고통을 분담하며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아 관련 업계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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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준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재무적인 구조조정과 인력 구조조정은 단기적인 처방은 되지만 장기적으로 회사가 새로운 경쟁력을 갖고 재기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구조조정을 할 경우 핵심 인력들이 가장 먼저 회사를 나가기 쉬운데 평소 직원들에게 비전을 주고 신뢰관계를 쌓아두는 것이 위기 상황에서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서정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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