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경북 성주 배치와 노동계 총파업 등으로 서울 시내가 연일 집회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방부가 있는 용산과 주요 집회 장소인 광화문 주변, 그리고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잇따라 행사가 열리면서 주변 지역의 교통 정체와 소음피해가 커지고 있다.
13일 서울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서울 시내에서만 대략 30곳 이상에서 집회와 시위가 열렸다. 문제는 집회와 시위가 거의 매일 조금씩 다른 주제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방부가 사드 배치 지역을 발표한 이날은 용산의 국방부 정문 앞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김항곤 성주군수와 성주군의회 관계자, 그리고 성주군민 등 200여명이 상경해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요구하며 국방부를 항의 방문한 것. 김 군수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없이 밀실 행정으로 성주군의 희생만을 바라는 현실에 군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고귀한 땅을 사드로 잃는다면 후손과 조상을 뵐 면목이 없어 군민이 하나 돼 사드 배치를 저지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비슷한 시각 50여개 진보 진영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사드한국배치반대 전국대책회의도 국방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어 오후7시 장소를 광화문으로 옮겨 2차 집회를 갖고 동화면세점에서 미국 대사관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안전성 문제와 효용성 등을 이유로 배치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조선과 건설 업종을 필두로 하투(夏鬪)에 나선 노동계도 연일 시위와 집회를 벌이고 있다. 조선업과 플랜트건설 노동자들은 이날 각각 여의도 국회와 광화문에서 구조조정 반대 및 고용개선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잇따라 열었다. 조선노동조합연대는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조선업 노동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노정협의체를 구성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오는 20일부터 전국 3만5,000여명의 조선 노동자들은 전면적인 총파업으로 생존권을 사수할 것”이라고 파업을 예고했다.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도 광화문 광장에서 고용개선, 임금 인상, 노동조건·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20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플랜트노조 관계자는 “플랜트건설 현장에서 건설업체들은 어용노조를 내세워 민주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고 있다”며 “업체들이 정당한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교섭에서도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드와 구조조정 회오리 속에 집회와 시위가 잇따르면서 시민 불편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철규(68)씨는 “표현의 자유가 있는 만큼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지만 도로를 함부로 점거하면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정호(39)씨는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지나치게 음악을 크게 틀거나 집회가 폭력 시위로 변질될까 걱정”이라며 “집회 주최 측과 참가자들이 최대한 시민들의 일상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반드시 법과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