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니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정보기술(IT) 분야 이슈를 공유하고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IBM은 제너럴일렉트릭(GE)과 함께 이 부회장이 배울 게 많은 기업으로 보는 기업인 만큼 이번 회동으로 구체적인 사업협력이나 변화방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IBM은 삼성이 눈여겨보고 있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14일 외신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드코 미디어 컨퍼런스(선밸리 컨퍼런스)’에서 로메티 IBM CEO와 따로 만났다.
청바지 차림의 이 부회장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편하게 로메티 CEO와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시종일관 웃으며 자연스럽게 얘기를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로메티 CEO와 사업협력을 논의하고 조언을 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IBM은 지난 2005년 중국 레노버에 PC 사업을 매각하고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전산시스템·컨설팅 등으로 업태를 바꿨다. 또 인공지능 플랫폼 왓슨을 의료와 금융 분야에 접목하고 있고 클라우드 분야도 강화하고 있다. 단순 컴퓨터 제조회사였던 IBM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IBM의 변화는 이 부회장의 고민과 맞아떨어진다. 삼성은 제조업체로서의 경쟁력은 강하지만 소프트웨어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최근에는 딱딱한 조직 문화를 바꾸면서 창의적인 회사로 탈바꿈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과 IBM CEO와의 만남은 사업확대와 조언, 두 가지가 화두가 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다.
실제 이 부회장은 올해 초 토머스 왓슨 주니어 전 IBM 회장의 자서전 ‘IBM, 창업자와 후계자’라는 책을 읽고 주변에 추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IBM과의 사업협력 확대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 부회장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호주 로이힐 최대주주 라인하트 회장, 조 케저 지멘스 회장, 맥 휘트먼 HP CEO,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등 글로벌 CEO들과 꾸준히 만나면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왓슨 주니어 전 IBM 회장의 경우 IBM을 창업한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도 이 부회장이 IBM이라는 회사에 관심을 갖게 되는 부분이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김영필·김현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