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전기차 배터리 리스사업 '개점휴업'

저유가 탓 수요 사실상 끊겨

"정부, 면밀한 수요조사 없이

사업계획 밀어붙인 게 문제"



정부가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제주도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전기차 배터리 리스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저유가로 기존 차량을 전기차량으로 교체하려는 수요가 많지 않은 탓이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가 ‘스마트그리드 보급 지원’ 사업의 하나로 제주에서 추진 중인 전기차 배터리 리스 사업의 실적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배터리 리스 사업은 버스·택시·렌터카 등 운송업체가 배터리를 제외한 차량을 구매해 초기 투자비용을 일반 차량과 비슷하게 맞추고 절감한 연료비에서 리스료를 납부하는 사업이다. 고성능의 경우 최대 1,000만원을 호가하는 전기차용 배터리의 가격 부담을 낮춰 전기차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사업추진계획에서 내구연한이 찬 시외버스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오는 2017년까지 119대의 전기버스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전기택시와 렌터카도 2017년까지 노후화된 차량 1,000대를 리스(내장·탑재형) 전기택시·렌터카로 대체하겠다고 했다. 사업 도입 첫해에는 우선 전기버스 49대, 전기택시 290대, 렌터카 227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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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년이 지난 올해 6월 기준 실적은 초라하다. 전기버스는 목표치인 49대 중 서귀포시 동서교통 1곳(23대)에서만 도입 의사를 밝힌 상태고 전기택시는 290대 중 1대, 전기렌터카는 227대 중 48대 도입에 그쳤다. 버스 충전시설도 애초 12기를 설치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2기만 설치됐을 뿐이다.

정부 관계자는 “배터리 리스 사업을 기획할 당시보다 국제유가가 워낙 많이 하락해 업체들이 기존 차량을 굳이 전기차로 교체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4년 배럴당 115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올 초 27달러까지 하락하다 현재는 40~50달러의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다.

김혜미 국회예산정책처 분석관은 “국제유가 하락, 전기차의 기술적 한계 등을 감안하더라도 정부가 신규 사업을 추진하면서 전기차의 생산 가능성에 대해 면밀한 수요조사 없이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제주 가파도에서 운행되는 전기차.제주 가파도에서 운행되는 전기차.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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