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외국 게임사들 뛰는데 국내 1위 넥슨은 비리로 허우적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의 창업주인 김정주 NXC 회장의 비리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엊그제 검찰에 출석한 김 회장은 대학 동기인 진경준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 매입자금 4억여원을 무상으로 줬다고 진술했다. 14일 검찰에 나온 진 검사장도 이를 시인했다. 진 검사장이 자기 돈을 한 푼도 안 들이고 망외의 이득을 챙긴 셈이다. 누가 봐도 넥슨 측이 진 검사장에게 특혜를 줬다고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검찰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도 넥슨이 제공한 돈이 뇌물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김 회장이 본인·회사 일과 관련한 청탁용으로 진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혐의가 입증되면 김 회장은 포괄적 뇌물공여죄로 사법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구속 여부를 떠나 김 회장이 비리에 연루된 것만으로도 넥슨을 넘어 국내 게임업계에는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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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내 1위 게임사 대표가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는 사실은 게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악화시키고 게임 종사자의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한국 게임의 경쟁력 저하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국내 게임업계는 일본과 중국 등 외국의 공세에 흔들리는 실정이다. 텐센트 등 중국 게임사들은 공격적인 지분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국내외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닌텐도까지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닌텐도는 모바일게임 ‘포켓몬 고’ 열풍을 일으키며 세계 시장을 집어삼킬 태세다. 무엇보다 포켓몬 고는 국내 업체들이 취약한 증강현실(AR) 게임이어서 더욱 위협적이다. 이대로 가면 차세대 성장 분야인 AR 게임 시장을 속절없이 일본에 내줄 판이다. 이 와중에 터진 이번 넥슨 사태는 게임업계에 위기임이 분명하지만 정신을 차릴 기회이기도 하다. 규제 탓을 하기 전에 업계 내부에 똬리를 틀고 있는 모럴해저드 등의 문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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