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이슈&워치] 흔들리는 靑...경제 컨트롤타워가 안 보인다

사드·신공항 등 지역갈등에

국정운영 동력 급속히 위축

경제활성화·구조개혁 표류

1615A01 흔들리는 청와대1615A01 흔들리는 청와대




청와대의 국정운영 동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여기에 각종 국정과제에 대한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기능 역시 힘이 빠지면서 시급한 경제 활성화와 구조개혁이 길을 잃고 있다.


지난 8일 한국과 미국이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후 정부와 청와대는 쉴 새 없이 밀어닥치는 외교·안보 이슈와 지역 반발에 대응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15일에는 배치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경북 성주를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가 반발하는 지역주민들로부터 봉변을 당하는 등 해당 지역의 반발 강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역 갈등도 설상가상의 형국이다. 동남권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을 김해신공항으로 확장하기로 하면서 또 다른 지역 간 갈등이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공항 후보지에서 탈락한 대구경북(TK) 지역 민심을 토닥이기 위해 대구공항 이전과 신공항 사업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진작부터 시내 공항 이전을 희망한 수원 등 타 지역들이 ‘우리는 뭐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 현안이 단기간에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4대 강국과의 외교전은 이제 시작이고 님비(NIMBY·혐오시설 반대)와 핌피(PIMFY·선호시설 유치)를 무마하는 작업 또한 꼬리에 꼬리를 물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이번 정부 남은 기간 내내 이들 문제에 매달리게 될 공산이 크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의 에너지는 모두 분산되고 결국 4대 구조개혁과 규제개혁, 경제 활성화 등 정권의 핵심 목표는 멀어지고 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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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 경희대 객원교수는 “대통령 임기 후반이 되면서 청와대 참모진과 정부 내각 모두 긴장이 풀어지고 이완된 느낌”이라며 “대통령의 지시사항들이 제대로 전달, 이행되고 피드백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도 “3년 전부터 이 문제가 계속 제기됐었는데 도대체 그동안 국방부는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논란을 피하려고만 하는 회피적인 자세로 일관해오다가 갑자기 결정했다고 하니 이 같은 사달이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안보와 지역 이슈가 갑자기 몰아닥쳐 청와대 내부가 대단히 어수선해졌다”면서 “앞으로도 사드, 4대 강국과의 관계 등 외교 문제와 지역 문제 등 당장의 현안에 집중하다 보면 노동개혁 등 꾸준히 밀어붙여야 하는 국정과제는 논의의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기능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처와 지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임기가 1년6개월 남짓밖에 남지 않아 청와대가 방향을 제시해도 공직사회가 이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서별관회의에 대해 야당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청와대 참모들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다.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과 비박이 약진하고 친박이 위축되고 있는 새누리당 내 사정 역시 청와대의 영향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14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한 ‘전당대회 승리 2주년 기념 대규모 만찬’ 역시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행사였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원장은 “내각과 당에 대한 청와대의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고 컨트롤타워 기능 역시 축소되고 있다”며 “이제 청와대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하지 말고 임기 안에 실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로드맵을 만들고 진행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시내 사립대의 한 경제학과 교수는 “위기 때일수록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이 커지는데 기존 경제와 안보 위기에 이어 외교 위기까지 벌어졌다”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계층·성향·지역·세대 간 갈등이 더욱 커지면서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급속하게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맹준호·박경훈기자 next@sedaily.com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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