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랑 같이 나가면 항상 좋은 일이 있더라고요. 이번에도 같은 방 써야죠.”
18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류한수(28·삼성생명)는 마냥 ‘싱글벙글’이었다. 2013 헝가리세계선수권을 시작으로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5 아시아선수권까지 차례로 제패한 류한수는 다음달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 선다. 그랜드슬램이 걸린 올림픽 데뷔전이다. 그는 “국가대표로 8~9년을 지내면서도 올림픽은 못 나갔는데 개막이 다가오니 꿈만 같다”며 빙긋 웃었다. 김현우(28·삼성생명)와 함께라서 더 설렌다고 했다. “2013년부터 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에 모두 현우랑 같이 나갔고 방도 같이 썼는데 그때마다 둘 다 금메달을 땄어요. 이번에도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요?”
류한수와 김현우는 레슬링 대표팀이 자랑하는 ‘금금 브라더스’다. 한국 레슬링이 24년 만의 ‘멀티 골드’를 목표로 내건 것도 이 둘이 있어서다. 레슬링은 올림픽 효자종목이지만 단일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이상을 수확한 것은 1992 바르셀로나 대회가 마지막이었다.
류한수는 66㎏급, 김현우는 75㎏급(이상 그레코로만형) 금메달 후보다. 2012 런던 대회에서 66㎏급 금메달을 따낸 김현우는 75㎏급으로 체급을 올려 2연패를 노린다. 올림픽 두 체급 챔피언은 한국 레슬링에선 심권호(대한레슬링협회 이사)가 유일하다.
김현우는 런던 대회에서 ‘피멍 투혼’으로 화제가 됐다. 혈투를 벌이느라 오른쪽 눈에 피멍이 들어 한쪽 눈으로만 싸우는 상황에서도 김현우는 한국 레슬링에 8년 만의 금메달을 안겼다. “나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린 선수가 있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는 출사표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4년 전보다 더 멋진 각오를 준비했느냐’는 물음에 김현우는 “지는 건 두렵지 않다. 후회 남는 경기를 할까 봐 그게 두렵다”고 했다. 그는 “4년 전에는 올림픽을 앞두고 12㎏을 감량하느라 거기에만 신경 썼다. 레슬링을 즐기지 못했다”고 돌아본 뒤 “지금은 레슬링에만 집중하면 된다. 충분히 즐기고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레슬링은 올림픽 종목 중 가장 훈련 강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얼마나 힘든지 낮잠 시간만 하루 세 번이다. 오전6시 인터벌 트레이닝을 시작으로 웨이트 트레이닝, 매트 훈련에 야간에는 10시까지 개인기술 훈련이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사점(死點)’훈련은 매일 경험하는 지옥과도 같다. 엎드렸다 일어나며 바벨 들기, 로프 쥐고 흔들기, 26㎏짜리 케틀벨 2개 돌리기, 280㎏짜리 초대형 타이어 옮기기 등을 한 세트에 6분 안팎으로 반복한다. 3분씩 2라운드로 진행되는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내기 위한 훈련이다. 김현우와 류한수가 “자신감은 200%” “매트 올라가면 연습한 대로 움직여질 것”이라고 느긋해하는 것도 지옥훈련을 매일 이겨내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김현우는 “외국선수들보다 우리 팀 훈련량이 월등히 많다. 체격은 열세지만 체력과 지구력은 자신 있다”며 “초반에 상대의 체력을 갉아먹고 후반에 승부를 보는 전략을 세웠다”고 했다. 류한수도 “영화 ‘300’처럼 방패를 올리고 조금씩 앞으로 나가면서 서서히 상대를 무너뜨리는 게 내 스타일”이라고 했다.
오는 30일 미국으로 마무리훈련을 떠나는 레슬링 대표팀은 8월9일(이하 한국시간) 리우에 입성한다. 김현우는 8월15일, 류한수는 17일 금메달 도전에 나선다.